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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급감과 전기차 부진으로 인해 포르쉐를 비롯한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대주주인 포르쉐-피에히 가문 역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위기 극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포르쉐 SE는 보도자료를 통해 “매력적인 기회가 있다면 더 큰 규모의 투자도 가능하다”며, 기존 연간 1억~3억 유로 투자에서 한층 확대된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포르쉐 SE는 최근 미국 최대 고속버스 회사 플릭스의 그레이하운드 브랜드, 드론 제조업체 퀀텀 시스템, 자율주행 트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와비 등 신기술 및 모빌리티 혁신 분야에 적극 투자하며 기존 자동차 제조업에만 의존하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자동차 산업의 경기 침체와 더불어 전통 내연기관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포르쉐-피에히 가문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저명한 산업 분석가 마이클 해리스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포르쉐 SE의 투자 다각화 전략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르쉐는 지난해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 대비 28% 급감하는 등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두에서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의 경쟁 심화와 소비자 수요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며, 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반의 불황을 반영하는 지표로 나타난다.
포르쉐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부진이 장기적인 전략 수정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모두에 대한 개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 전문가 안나 슈나이더는 “내연기관 모델의 수요가 급감하는 가운데, 기술 혁신과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하면서, “포르쉐가 이번에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개발에 8억 유로를 투자하고 독일 내에서 1900명의 감원을 단행한 것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과 장기적인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어려운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포르쉐 SE는 지난해 기준으로 폴크스바겐 지분 가치가 약 200억 유로, 포르쉐 AG 지분 가치가 최대 35억 유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러한 재무적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포르쉐-피에히 가문은 다각화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통해 단기적인 재무 위기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금융 전문가 로버트 윌슨은 “자동차 산업은 급변하는 기술과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단일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아넬리 가문이 이끄는 지주회사 엑소르도 역시 ‘대규모 신규 인수’를 계획하며, 페라리 지분 4% 매각을 통해 30억 유로를 조달, 이를 신규 인수와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존 엘칸 엑소르 CEO는 “지난 10년간 페라리의 성장이 엑소르의 순자산가치를 3배로 늘리는 데 기여했으나, 포트폴리오 내 집중도가 너무 높아짐에 따라 이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변동과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계는 단순히 한두 개의 제품이나 브랜드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와 신기술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포르쉐-피에히 가문과 아넬리 가문의 전략적 움직임은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포르쉐와 페라리, 그리고 이들을 보유한 대주주 가문들이 내연기관 쇠퇴, 전기차 부진, 중국 시장 판매 급감 등으로 인한 불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다각화와 신시장 진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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