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와 생성ai의 시대 핵심은 '신뢰' –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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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등 생성ai로 인해,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성에 혁명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의 시대에서 관건은 접근성이 아니라 신뢰가 될 거라 생각한다. 당장 인터넷에 검색하여 지식과 정보를 찾으면, 이제 무엇이 옳은 지식이고 아닌지를 구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chatGPT 등으로 양산된 블로그 포스팅이나 웹페이지들에서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한 기준이 점점 더 모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생성ai로 사진을 조작하고, chatGPT로 그럴싸한 기사나 기록을 써낸다면, 없는 사건도 있는 사건처럼 만드는 게 매우 간단해졌다. 예를 들어, 2002. 11. 4.에 강동면 양동리에서 일어난 불륜사건에 대한 사진을 ai한테 만들어 달라고 하고, chatGPT한테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실제 사실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매우 쉽다. 그 시간 그곳의 목격자가 없다면, 이것을 거짓이라고 판별해줄 사람도 없다. 그런 거짓 이야기들이 온 세상을 뒤덮을 것이다. 

다른 예로, 우리가 ‘사랑에 대한 철학책’ 추천도서 목록을 얻고 싶다고 생각해보자. 웹에는 조회수를 목적으로 한 생성ai들이 만든 추천도서목록이 넘쳐날 수 있다. 그런 목록은 적당한 조합으로도 너무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추천’이라는 행위는 한 사람의 경험의 총합이라는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생성ai는 이런 맥락을 제거한 채 건조한 사실만을 조합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추천 아닌 추천, 일종의 공허한 언어와 목록만이 낳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더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진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대두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자 한다면, 이제는 정말 제대로 역사를 공부한 역사학자의 책에 기대지 않으면 진짜 역사를 알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적당히 짜집기한 자기계발의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진짜 경험을 들으려면, 이제 그 사람을 직접 알아야만 신뢰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ai로 만든 가짜 자기소개서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오히려 사람을 통한 소개 같은 과거의 구인 방식이 되살아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정점, 일종의 특이점이 왔다고 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가장 더 ‘인간’을, 그리고 ‘신뢰’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어떤 감정에 따라 움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웹상에 넘쳐나는 추천 도서 목록이 아니라, 내가 진짜 신뢰하는 사람이 직접 경험으로 들려주는 진짜 추천 도서 목록을 듣는 것이 더 귀중해지고, 더 드물어지며, 더 가치를 지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무엇이든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면, 그것의 가치는 떨어지고 사람들은 그와는 다른 진짜 신뢰할 수 있는 무엇을 찾기 시작한다. 새로운 시대에 그 신뢰할 수 있는 대상, 그 기준은 오히려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행여나 또 뒤처질까 지금 새로운 기술들을 허겁지겁 쫓는 것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진짜 경험과 지식을 추구하고, 사람 간의 유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대답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기술은 모두의 것이 된다. 그러나 그때에도 진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이며,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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