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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에쓰오일이 올해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를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에 3조5000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3년 샤힌 프로젝트 투자 금액 중 가장 많은 규모다. 대외 경기 불확실성과 설비투자(CAPEX) 확대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으로 올해 자금조달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에쓰오일은 대주주 차입을 비롯 운전자본 관리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샤힌 프로젝트를 위해 3조487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총 9조258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인데, 올해만 전체 투자액의 37.7%를 차지한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2022년 406억원 ▲2023년 1조4640억원 ▲2024년 2조607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사상 최대 투자 규모로 알려진 샤힌 프로젝트는 완공 후 에틸렌(180만톤), 프로필렌(77만톤), 부타디엔(20만톤), 벤젠(28만톤) 등 기초유분을 생산할 예정이다. 기계적 완공은 2026년 상반기이며 지난해 말 기준 공정률은 51.8%이다.
투자 규모가 상당하지만 에쓰오일은 투자액 9조원 중 71%를 영업활동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29%는 최대주주 대여금(9%)과 외부 차입금 및 회사채(20%)로 조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투자로 차입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총차입금은 7조3522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2965억원 대비 1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44.4%에서 156.3%로, 총차입금의존도는 29%에서 32.6%로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6043억원이다. 올해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증가한 만큼 추가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금창출력이 약화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지난해 유가 하락으로 재고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23년 연결 2조737억원을 기록한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는 지난해 9월 7592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1조9367억원과 비교하면 60.8% 줄었다.
에쓰오일의 믿는 구석은 대주주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도움을 받았다. 대주주로부터 장기차입금 6억달러(8097억원), 예비한도대출 5억3800만달러(7260억원) 등 약 1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예비한도대출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필요할 때 아람코로부터 계약 한도 내에서 자금을 빌려 쓰는 것이다.
운전자본 관리도 또다른 비결이다. 지난해 3분기 매입채무는 3조62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하며 현금이 유출됐다. 이중 87%가 특수관계자인 아람코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매입채무는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비용으로 일종의 외상과 같은 빚이다. 매입채무가 증가할 경우 현금흐름에 플러스가 되는 요인이다. 상황이 이러니 에쓰오일은 올해 아람코와의 매입채무 규모를 늘리거나 결제기간을 길게 가져가며 투자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자금은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이달 회사채 시장을 찾으며 연초부터 외부 자금조달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24일 3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결과 총 1조52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최대 44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을 세웠는데 무난히 증액 발행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모두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에 사용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하반기 기존 회사채 차환과 샤힌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며 “대주주 차입과 운전자본 관리 등으로 올해 계획된 샤힌 프로젝트 투자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올해 샤힌 프로젝트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확대될 전망이나 시황 개선에 따른 현금창출력 등을 고려하면 재무안정성 통제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r17@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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