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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2일.
야심차게 자동차까지 빌려 출발한 여행. 이번에는 차로 산 세바스티안, 국경을 넘어 프랑스 남부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인 포까지 가는 여정이다. 차를 렌트해서 가는 여행은 처음인 데다가 유럽의 렌트카는 거의 모두 수동… 도로를 달리다 잠시 멈추기만 해도 시동이 자주 꺼져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다. 긴장감과 설렘을 모두 가지고, 먼저 산 세바스티안으로 출발했다.
여기저기 정차했던 버스와는 달리, 우리끼리 차로 쌩쌩 달리다 보니 1시간 만에 산세바스티안에 도착했다. 우리가 유일하게 아는 무료주차장인 UPV 캠퍼스에 차를 대고 Ondarreta 해변으로 나와 걸어보았다.
밥을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 그래서 이번에도 TGB 햄버거로 대충 요기를 하기로 했다. 저번과 다르게 햄버거와 함께 주문한 데리야끼 치킨이 너무 맛있었다!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려다 결국엔 과식하게 되는 TGB 버거의 피할 수 없는 공식이다.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구시가지의 성당 Basílica de Santa María del Coro 왼쪽 구석에 자리한 뒷길을 이용해 Monte Urgull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다.
우르굴 전망대에서는 산세바스티안 해안가가 보이는 멋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큰 바스크 국기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그리 많이 올라가지 않는 곳인지, 조용히 휴식을 취하거나 독서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활기찬 도심 위의 평화로운 스팟, 이곳에서 산세바스티안을 굽어보는 듯한 예수상처럼 여유롭게 구시가지의 풍경을 구경하고 나왔다.
첫날 저녁은 역시 저번 여행의 백미였던 Petritegi로 정했다. 식당까지 갈 차도 있고, 스페인에 늦게 도착해서 함께하지 못했던 본혁오빠를 위해 다시 한번 방문했다.
길을 살짝 헤맸지만 오픈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지는 노을도 구경하고, 전에는 찍지 못했던 주변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다시 방문한 페트리테기는 여전히 사람이 많고 바빠 보였다.
첫 방문 때의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감동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두 번째 먹은 같은 메뉴들 역시 맛있었지만 처음 먹었을 때의 행복함만큼은 아니었다.
역시 좋은 추억들은 욕심부리지 않고 처음 그대로 가져가야겠다.
배불리 바스크 전통음식들을 즐기고 다시 시내로 내려왔다.
우리가 간 9월 22일은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가 개막하는 날이었다. 영화제는 스페인 영화들뿐만 아니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각국의 영화가 선보여지고, 많은 감독들과 유명인사들이 산세바스티안을 방문한다. 하지만 30일까지 치러지는 만큼 개막일부터 유명인들이 오지는 않았다.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꾀죄죄한 모습으로 괜히 레드카펫 근처를 서성이다가 드레스와 정장 차림 무리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유명한 사람들일까?
영화제를 직접 즐기지는 않았지만, 많은 영화들이 선보여지고 유명한 사람들이 방문하는 매우 큰 행사라는 걸 느끼면서 숙소로 돌아갔다.
이튿날은 우르굴에서보다 더 멋진 산세바스티안의 풍경을 보러 일찍 숙소를 나섰다.
산세바스티안의 두 번째 전망대는 해안선을 따라 쭉 걸으면 나오는 Monte Igueldo 정상에 있다.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바닷가를 걸으며 전망대를 향해 오랫동안 산책을 했다.
이겔도 전망대는 우르굴 전망대보다 훨씬 높고 큰 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간 정상에 작은 놀이공원이 있을 정도다. 당연히 찾는 사람들도 많다.
우르굴의 반대편, 더 높은 곳에서 보는 산세바스티안의 풍경은 정말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 저번에는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핀초바에서 여러 가지 핀초를 골라서 먹었다.
여전히 앉을자리조차 잡기 힘든 인기 많은 핀초바들이다. 이전에 햄버거를 먹어버려서 맛있게 먹지 못했던 다양한 핀초들을 진정으로 맛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산세바스티안을 빠져나와 차로 1시간 남짓을 달리면, 드디어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계가 나온다.
그래도 국경이니 여권 검사 정도는 하겠지 생각했지만, 그냥 통과..?
톨게이트보다는 조금 더 크고 넓고 검은색의 관문을 통과하면 도로에서부터 프랑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프랑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터지고 말았다.
렌트카를 주차하다가 문 한 짝을 기둥에 완전히 긁어먹고 만 것… 길도 좁고 주차 공간도 좁은 데다가 우리는 수동 운전에 익숙하지도 않아 결국 문제가 생겼다.
우리 모두 패닉 상태가 되어서 허겁지겁 렌트 계약서를 다시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부모님께 연락하고 난리를 치다가 결국엔 ‘이렇게 해봤자 상황이 더 나아지지는 않으니까 이럴 시간에 구경이나 다니자.’며 밖으로 나왔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다. 마음은 편하지 않았지만 애써 행복한 생각을 하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중심가 외곽에 위치한 포 성(Château de Pau)으로 향했다. 시간이 늦어서 성 내부를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외관만으로도 멋진 인상을 주었다.
성 박물관은 내일 가보는 걸로 하고, 성 주변을 더 구경하다가 장도 보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포 중심가에 맛있는 프랑스 음식점이 있다기에 찾아가 본 Le Berry.
프랑스는 음식점을 뜻하는 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곳은 격식 없는 레스토랑, 펍을 뜻하는 브라세리(Brasserie)이다.
프랑스답게 전채요리부터 메인, 디저트, 와인 등등… 메뉴의 종류가 다양했지만, 그와 동시에 가격도 엄청났다;; 그래도 프랑스에 왔으니까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는 먹어봐야지 않겠어??
6명이서 달팽이 1개씩 오르되브르(전채)로 하고 메인 요리를 간신히 주문했다. (프랑스 레스토랑은 돈 많이 벌어서 방문하는 걸로…)
밤의 거리를 구경하고 숙소에 일찍 도착해서 오래전부터 기획했던 작전을 수행했다.
사실 다음날이 본혁오빠의 생일이어서 미역국을 만들 재료도 가져오고 케익을 대체할 타르트도 사 왔다.
오빠가 와인 병을 따러 나간 사이 몰래 만들어놓으려고 했지만 완벽한 깜짝 파티는 실패…
사고 내서 우울한 기분도 전부 떨쳐버리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냈다.
오늘이야말로 많이 구경 다닐 생각에 아침 일찍부터 다시 찾은 Château de Pau.
포 성 박물관은 25세 이하의 우리들에게는 무료로 입장시켜준다! 영어로 된 가이드를 받아 열심히 해석하며 성을 관람했다. 해설사 아저씨는 우아하게 들리는 프랑스어와 우리를 위한 나름의 바디랭귀지도 섞어가며 설명해주셨다.
포 성은 본래 중세시대 베아른 주를 지키기 위한 요새의 형태로 지어졌다.
르네상스부터는 나바르와 프랑스의 왕인 앙리 4세의 수도 성과 궁전으로 쓰이다가 프랑스가 종교개혁을 겪으며 점차 훼손되었다고 한다. 이후 1830년 프랑스의 왕 루이 필립이 성을 다시 복원했고, 지금은 복원된 앙리 4세의 보물을 전시해놓은 역사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열정적인 해설사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주시는 바람에 관람시간이 늘어나서 결국 포 성 하나만 구경하고 여행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성 주변에 있는 어느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서로 감탄을 하며 밥을 먹었다. 처음 먹어본 깔조네와 치즈피자, 그리고 함께 곁들여 먹은 매콤한 고추기름이 아주 절묘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많은 프랑스에서의 여행도 마쳤다.
3시간을 달려 차를 반납하러 빌바오 공항으로 도착했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
그런데 차를 빌릴 때 우리가 센 차량 보험을 들어놓았다보다. 페널티와 약간의 유류비를 포함해서 25유로만 지불하고 끝이 났다. 벌벌 떨다가 갑자기 해피엔딩으로 끝난 우리의 여행! 신이 나서 다시 주차한 곳으로 돌아가 사진도 찍고 난리를 쳤다.
용용이랑 함께하는 모험같은 일상과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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