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교통혁명’의 그늘…줄어든 마을버스에 교통 약자는 ‘고통’ – 한겨레

“이제 곧 학교에 가야 하는데 버스 배차시간이 길어 걱정이에요.”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에서 만난 박서영(12)양은 오는 3월 화정동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한다. 박양이 다닐 학교는 동네에 있는 교회 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10개 정류장을 지나야 하는 거리에 있다. 15분가량 걸린다. 중학생이 되는 박양이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벌써 걱정이 앞선다. 마을버스 배차시간이 50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양시 대장동은 인근 지하철역인 대곡역과 화정역 두곳에서 도보로 약 2㎞씩 떨어져 있다. 더욱이 마을 내부에 버스라고는 하나밖에 다니지 않는다. 문제는 지난달 12일부터 이곳을 유일하게 다니던 마을버스 072번이 에이(A)와 비(B) 두개 노선으로 나뉘면서 기존 25∼30분 정도였던 배차시간이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등교 때 버스를 놓치기라도 하면 5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초 열악했던 마을버스 배차 상황이 악화한 건 모순적이게도 고양시의 ‘교통혁명’ 때문이다. 운정중앙역~킨텍스~대곡역~연신내~서울역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에이 노선이 들어오면서 대곡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거리는 철도 기준 30분에서 13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양시가 인구가 늘어난 능곡역 일대 대곡역 버스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072번 버스를 두개로 나누면서 문제가 생겼다. 고양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마을 주민의 불편은 알지만 한정된 예산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노선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능곡역 주변 인구가 늘면서 대곡역으로 가는 수요도 커졌는데 예산은 부족하다 보니 기존 노선을 반토막 내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고양시는 마을버스 회사가 민영으로 운영되다 보니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적자 폭이 커진 이들 회사에 072번 증차 등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줄어든 마을버스의 빈자리는 교통 약자에겐 ‘고통’이다. 대장동은 동네에 중학교, 고등학교, 병원 등이 없어 학생과 노인의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박양은 “버스를 놓치면 대곡역까지 걸어간 뒤 지하철을 타고 화정역에 가서 학교에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장동은 인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차량 한대만 지나가도 보행자가 걷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성인 남성도 20분이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대곡역까지 간 뒤 또 지하철을 타야 한다.
결국, 고양시에는 대장·내곡·식사동 등 연계 교통이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청 누리집 게시판에는 “차량 대수를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노선이 나뉘어 추운 날씨에 혼란을 겪고 있다”(대장동 주민), “학생들이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내곡동 주민), “(기존) 노선을 타고 대곡역에 갈 때는 58분이 걸리고 화정역에 갈 때는 1시간이 넘는다”(식사동 주민)는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런 상황은 인근 파주시와 비교된다. 파주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에이 노선(운정중앙역) 운행과 함께 마을버스를 중심으로 노선과 배차를 늘리고, 교통 소외 지역 주민도 운정중앙역에 쉽게 올 수 있도록 파주형간선급행시내버스(PBRT) 101번과 202번 노선을 신설해 2월8일부터 운영 중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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