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조리시간·식감·간’ 모두 이븐하게, 캠핑 급식의 맛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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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단체 캠핑, 모두 맛있는 하루를

여럿이 동시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단체 캠핑 식단을 짤 때는 재료와 조리법, 식감, 온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부산식 물떡을 추가한 어묵탕, 카레, 부추전과 김치전, 따끈한 뱅쇼(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를 더한 ‘캠핑 급식의 예’.
영양 골고루,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식단 짜는 게 그리 어려울 줄이야
한 번에 대용량, 맛은 조금 강하게…파전·어묵탕 등에 적당한 음료 더하자

이름을 건 요리사들의 정면 승부를 그린 예능 프로그램이 첫 공개 직후부터 최종화 방송 이후까지 계속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그 솜씨를 직접 맛볼 수도 있다는 요리의 특별한 점이 그 열기가 쉬이 가시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출연한 요리사의 레스토랑마다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몇달을 기다려서라도 맛을 볼 수만 있다면 운이 좋은 것. 냉정하고 엄격한 평가를 이어간 심사위원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급식판 앞에서 다정하게 웃으며 오늘의 급식 메뉴를 묻고 반쯤 식사를 하듯 심사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급식대가’의 급식은 맛보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아이가 입학해 학부모가 되면 잊고 살았던 과거의 즐거움 하나가 다시 살아난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공식 애플리케이션으로 전달되는 이달의 급식표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급식표를 프린트해 나눠주면 책상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놓는 친구, 한 칸씩 잘라서 그날의 급식 메뉴를 소중히 가슴팍 앞주머니에 명찰과 함께 품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종이를 잃어버릴 염려 없이 휴대폰만 들면 확인할 수 있으니 참으로 편한 세상이다.

내가 먹을 일이 없어도 아이의 급식표를 확인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오늘의 급식 메뉴’가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학창 시절이 떠오르면서, 아이도 같은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질리지 않고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한 매일의 메뉴를 새롭게 짜는 데에는 급식 영양사 선생님만 한 베테랑이 없으니까.

그저 음식을 받아먹기에 급급하던 시절에는 몰랐다. 매일 다른 음식으로 한 상을 차리고, 또 먹는 사람이 질리지 않고 남기지 않도록 메뉴를 구상하는 것이 얼마나 강도 높은 작업인지, 그리고 그 속에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이 들어가 있는지. 가족과 함께 캠핑 다닐 때, 그리고 여럿이 함께 모여 대인원이 캠핑을 떠날 때 특히 그 마음에 동화된다. 모두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

사람이 왕 많으면 왕 재밌다

길고 혹독했던 여름이 지나고 바로 지금, 캠핑하러 다니기 좋은 시기가 되었다. 한낮의 더위와 한밤의 추위에 시달리지 않고 하하호호 즐거움만 나눌 수 있는 캠핑 시기는 우리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그리 길지 않다. ‘지난 주말에 뭘 했어요?’ ‘날이 좋아서 캠핑을 다녀왔어요.’ 담소를 나누다 보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의기투합해서 단체 캠핑을 떠나기에도 좋은 시기다.

단체 캠핑에는 저마다 캠핑 노하우의 수준이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모인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베테랑 캠퍼에서 한 수 배우며 노하우를 익히고 싶은 초보 캠퍼, 자진해서 캠핑하러 다니지는 않겠지만 누가 초대해준다면 밥은 먹고 가고 싶은 손님까지 생각도 경험도 모두 다르다. 우리 집이 바로 그렇다. 캠핑카를 몰고 다니는 3년 차 캠퍼와 집에서 텐트를 한 번 본 것이 전부인 초보 캠퍼에 텐트를 치고 잘 생각은 없는 부모님까지 총 세 가족이 모여서 가끔 단체 캠핑을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캠핑 사이트를 갖춘 캠핑장을 고르는 것이다. 캠핑카와 카라반, 트레일러 등 RV 차량을 몰고 들어갈 수 있는 캠핑장은 한정적이다. 캠핑장이라면 보통 오토 텐트 캠핑은 가능하니까 이와 인접한 곳에 캠핑카로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 곳을 찾는다. 그중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캠핑장은 요즘 보통 글램핑장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펜션처럼 아무 불편함 없이 머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어도 카라반을 개조하거나 숙박과 더불어 바비큐 등을 할 수 있는 테이블 공간을 함께 마련해 두어 가벼운 몸으로 와서 글램핑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장소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캠핑장이라면 캠핑카, 텐트, 그리고 둘 다 없는 가족 모두 함께 단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또 한 가지, 이왕이면 물놀이장이나 바닷가처럼 아이들이 즐기는 액티비티를 어느 정도 갖춘 시끌벅적한 곳을 고르는 것도 팁이다. 특히 고요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중시하는 캠핑장에서는 두 가족 이상 함께 캠핑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한다. 신나는 캠핑에 괜히 갈등을 겪고 싶지 않다면 피해가 갈 정도의 소음을 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캠핑장을 고르는 것이 서로 편하다. 물론 그런 캠핑장도 설거지와 고성방가 등 소음을 일절 금지하는 밤의 매너타임이 정해져 있으니 이는 꼭 지켜야 한다.

급식마스터의 마음으로

인원이 두 자릿수에 가까워지면 평소와는 다른 캠핑 계획이 필요하다. 두세 명이 갈 때는 식사 시간에 맞춰서 별 무리 없이 준비할 수 있었던 음식도 현장에서 삐걱거리기 일쑤다. 캠핑하면 다들 떠올리는 고기 바비큐도 마찬가지다. 한 가족이 먹는 고기는 불판 하나로도 제때 따뜻하게 구울 수 있지만 여럿이 먹는 고기를 한 번에 구워내기는 쉽지 않다. 고깃집처럼 식탁마다 불판을 차리지 않는 한 고기를 굽는 사람은 계속 굽게 되고, 야외에서 먹는 고기는 빨리 식어서 기름기가 굳기 때문에 다 차리고 나서는 맛있게 먹기 힘들다. 바비큐를 하는 건 좋지만 메인으로 삼기에는 전체 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조리 시간이 길거나 복잡하고 완성도 높은 메뉴보다 한 번에 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시작할 수 있는 차림새를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단체 캠핑을 준비할 때 학교의 급식표가 큰 도움이 된다. 메뉴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를 얻어보는 것이다. 급식표가 없다면 눈을 감고 급식 시간을 떠올리며 식판에 담기던 음식이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모두가 좋아하는 들통 가득 담긴 카레, 살짝 매콤하게 조린 돼지갈비찜, 탱글탱글한 도토리묵무침, 수제비와 버섯을 듬뿍 넣은 들깨탕, 각종 국과 찌개, 코다리나 메추리알 등 온갖 재료를 넣은 조림.

하얀 소금밭 위 핑크빛 변신 ‘달큼·촉촉’…사로잡다, 입맛
송알송알 송편이 맵단짠으로 변신
무쇠 매력 무시무시…불편하고 무거워도 열 보존율 높아 캠핑요리에 딱
전체적인 공통점이 있다면 개인별로 따로 조리해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없고, 한 번에 대용량으로 완성해 최대한 같은 속도로 서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조금 강한 맛으로 조합하고, 대신 메뉴마다 재료와 조리법, 식감, 온도 등을 다양하게 해서 식판 하나에도 다채로움을 가미한다. 실제로 급식표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한 캠핑 메뉴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저녁은 파전에 어묵탕과 닭갈비, 아침은 떡국에 수육과 겉절이. 냄비나 그리들 가득 만들어서 배식하듯이 나눌 수 있고, 맛과 질감을 다양하게 해 캠핑 식구의 입맛을 배려해 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전체적인 캠핑 경험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면 음료를 고민해보자. 여름이라면 차가운 음료, 겨울이면 방한 겸 열량을 더하는 따뜻한 음료. 분식집 기분이 들면서 몸도 따뜻하게 데워주니 반 음료라고 할 수 있는 어묵탕은 텐트 설치조가 일하는 사이에 미리 끓여 놓기에도 좋은 메뉴다. 이른 추위에 난로를 켠다면 어른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일깨울 겸 보리차를 담은 주전자를 그 위에 올려보자. 아이들을 위해서는 코코아, 성인을 위해서는 뱅쇼를 끓여 보는 것도 좋다. 식사 시간 외에도 끊임없이 다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게 되는 것이 단체 캠핑의 즐거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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