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채 이동해야 하는 와상 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특별교통수단)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관련 안전 설비 규정이 미비한 국토교통부 시행규칙이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뒤 국토부가 규정을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수요조사에 따라 도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어서 향후 도입 시기 및 지역은 불투명하다.
국토부는 17일 와상 장애인 및 휠체어 장애인 2~3명이 동시에 장애인콜택시에 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연말께 공포·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국토부는 와상 장애인을 운송하는 경우에는 특별교통수단 안전기준에 구급차 관련 기준을 준용하도록 했다. 기존엔 좌석형 휠체어에 대한 안전기준만 있어, 침대형 휠체어를 쓰는 와상 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때 구비해야 하는 안전장비 등이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장애인콜택시 이용의 필요성이 큰 와상 장애인들이 재정 지원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콜택시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민간 구급차를 이용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이에 뇌병변 장애인의 어머니 ㄱ씨는 장애인콜택시에 와상 장애인 등을 위한 탑승 설비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소송을 냈고,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국토부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좌석형 휠체어 장애인 2~3명이 탑승할 수 있는 다인승 장애인콜택시 근거도 함께 마련했다. 기존에는 카니발 등 소형 승합차만 장애인콜택시로 쓸 수 있었는데, 이를 14~16인승 규모 중형 승합차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밖에 지하철 역사 등 여객시설에 설치된 점자 안내판에 점자로 출입구 번호도 표시하도록 하고, 버스 정류장의 연석 높이도 저상버스의 출입문 높이에 맞도록 기존의 ‘15㎝ 이하’에서 ‘15㎝ 이상 25㎝ 미만’으로 조정한다.
다만 와상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콜택시와 다인승 장애인콜택시가 언제, 어느 지역에 몇 대가 도입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년도 예산에 특별교통수단 도입비 148억원이 편성됐지만, 실제 특별교통수단을 운용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요 조사를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별 특별교통수단 구매는 국비와 지방비를 1대1 비율로 매칭해 이뤄진다. 지자체에서 내부 수요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 도입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신보미 국토부 생활교통복지과장은 “헌재 판단 뒤 새로운 특별교통수단이 도입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면서도 “당장 몇백대 수준으로 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 수요를 확인해 가면서 도입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