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때 윤석열 정부가 화물 노동자들한테 내린 업무개시 명령이 헌법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성 여부를 묻기로 했다. 해당 법률 조항이 화물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결과적으로 강제노동을 하게 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지난 20일 화물 노동자 ㄱ씨가 법원에 신청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14조 1항과 4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법원이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때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는 제도다.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조합원인 ㄱ씨는 2022년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안전운임제 일몰 반대와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운송 거부를 하다 국토교통부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받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업무개시명령의 토대가 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해당 조항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의심했다. 14조 1항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국가 경제, 매우 심각한 위기, 상당한 이유 등 “다수의 불확정 개념을 포함하는 등으로 국가기관의 자의적인 처분을 가능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어 “(해당 조항은) 운송사업자 등의 집단적인 운송거부 행위를 규제하고 있으므로, 단체결성 및 단체활동의 자유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결사의 자유도 제한한다”고 봤다. 그런데도 위반 때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해 “본인 의사에 반해 운송업무에 종사하도록 강제하는 것이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강제노동 금지 원칙 등을 고려할 때 기본권 침해 요소가 없지 않으므로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으로서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인정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금지 및 결사의 자유 관련 핵심협약(29호, 87호)에 가입한 사실도 판결 근거가 됐다. 아이엘오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등이 위협받을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파업에 내려지는 업무복귀명령이 합법적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재판부는 “위 협약 등에서 정하고 있는 정도에 이르지 않음에도 운송사업자 등에게 업무개시를 강제한다고 보이는 이 사건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ㄱ씨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선고는 헌재 판단 이후 나올 예정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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