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윤의 섬]예산 도둑을 잡아야 나라가 산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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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막대한 규모 항만사업 착공
단가 조작·공사비 부풀리기 난무
고교무상교육 예산 아깝다는 정부
토건 마피아 방조 말고 ‘거부’해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고교 무상교육 국비지원 연장’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고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도 토건 마피아들은 무상교육 예산보다 더 많은 예산을 도둑질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깝지 않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교육 예산은 아깝다는 것인가? 4대강만이 아니다. 정부 예산에 빨대를 꽂고 기생해온 예산 도둑들은 섬에서도 무용한 삽질로 예산을 탕진 중이다. 토건 자본과 부패한 관료, 정치인들의 협잡으로 구성된 토건 마피아 집단의 예산 도둑질은 끝이 없다.

인천 옹진군 울도항은 기상 악화 시 긴급 피난을 위해 만든 대피항인데 간조 때는 뻘바닥이 드러나 어선이 드나들 수 없다. 울도항은 1993년부터 16년 동안 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애초부터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입지에 만들어진 것이다. 기상 악화가 물이 차는 만조 시에만 일어나겠는가? 그냥 작정하고 예산을 빼먹기 위해 벌인 공사판이었다. 울도항에는 이보다 더 기막힌 북망산 방파제도 있다. 집 한 채 없는 산 앞에 무슨 방파제가 필요할까? 그냥 대놓고 예산 도둑질할 심산으로 만든 시설이다. 울도항은 2019년 국가어항에서 해제됐다. 정박 어선이 적다는 이유였다. 바닥이 드러나 입항할 수도 없는 대피항으로 대체 어느 어선이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예산 낭비에 대한 반성도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도 없다.

항만 공사는 돈 먹는 하마다. 짧아도 5년, 길게는 30년이 넘게 걸리니 한번 시작만 하면 예산 부풀리기로 정부 예산을 끊임없이 빨아먹을 수 있다. 예산 부풀리기에는 단가 조작이나 부실공사 등의 수법이 사용된다. 부실공사를 하면 태풍이 올 때마다 파손돼 공사비도 올리고 공사 기간도 무한정 연장시킬 수 있다. 그렇게 신안 가거도항 공사는 무려 46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3600억원의 엄청난 예산이 들어갔다. 1979년 착공해 2008년 6월2일 준공됐던 가거도항은 완공 3년 만에 태풍으로 파손되었고 정부는 2199억원의 예산을 추가해 ‘슈퍼 방파제’를 또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2년 새 시공사가 된 삼성물산은 공사비를 부풀려 예산 200여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하도급 업체가 연약 지반 보강 공사의 견적을 158억원으로 냈는데 삼성물산이 예산 부풀리기를 요구했다. 하도급 업체는 장비와 운반비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350억원의 새 견적서를 만들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설계 감리회사 소속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공모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피고인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부실시공 의혹도 받고 있다. 민생 예산에는 까다로운 기획재정부가 200억원이나 부풀려진 재벌의 공사 예산은 어찌 그리 쉽게 승인해 주었는지 의문이다.

지금도 해마다 수조원 규모의 항만 공사가 신규 착공되고 또 연속된다. 2025년 해양수산부의 항만 예산은 1조6537억원이다. 2025년 해양수산부 산하 항만공사 4개 중 부산항만공사 한 곳의 예산만 1조7338억원이다. 여성가족부 예산과 비슷하고 1조554억원인 통일부 예산보다는 한참 많다. 2024년 12월31일 기준 불도저, 굴착기 등 전국의 건설기계는 55만6169대다. 항만에 꼭 필요한 예산도 있겠지만 부풀리기나 수많은 건설기계를 놀릴 수 없는 토건업체들의 공사판 만들어주기 예산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항만에 비하면 약과지만 2021년 해양수산부는 낚시터 하나 만들기 위해 194억800만원짜리 다리를 건설하기도 했다. 여수 섬 안도와 대부도 사이에 놓인 다리다. 대부도에 상주하는 2~3가구로는 명분이 안 되니 ‘낚시 관광형 다기능 어항 개발사업’이란 신박한 이름으로 다리를 건설했다. 낚시터 하나 만들자고 194억원짜리 다리 공사한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예산 도둑질을 당한 것이다. 예산 책임자로 근무해온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권한대행의 잘못도 크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민생 추경도 거부하고 있다. 삼성물산 예산 부풀리기를 도와준 기획재정부 수장답게 삼성 등 재벌 도와주는 ‘반도체 특별법’이 우선이라는 게 이유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무상교육 예산이나 민생 추경에 거부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 속히 되살려야 한다. 재벌 토건업체들의 예산 도둑질을 방조해온 책임을 통감하고 예산을 지킬 방책부터 먼저 내놔야 한다. 예산 도둑들을 잡아야 나라가 산다.

강제윤 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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