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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빠진 순환당직제… 응급의료 사실상 ‘구멍’
응급질환 대상에 부인과만 포함
이마저도 지난달 배제… 공백 상태
의사 수 태부족… 기피과 근본 문제
“환자 이송 시스템 정비 동반돼야”
인천에서 발생한 외국인 임신부의 ‘응급실 뺑뺑이’(3월18일자 6면 보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응급 산과 환자 대응을 위한 의료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공항서 쓰러진 외국인 임신부, 병원 뺑뺑이 끝에 구급차 출산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쓰러진 외국인 임신부가 2시간 넘게 병원을 찾다가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119구급대는 산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인하대병원 등 인천·경기 일대 병원 12곳에 긴급히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받아주는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 임신부는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고, 이후 인하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공백’ 방지 목적 ‘응급실 순환당직제’서 산부인과 빠져
보건복지부는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지난해 6월17일부터 ‘중증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당직제’를 실시하고 있다. 광역별(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1곳 이상의 의료기관이 당직을 편성해 야간·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는 취지다.
응급실 순환당직 대상 질환은 ‘급성대동맥증후군’ ‘소아급성복부질환’ ‘산부인과 응급질환’ ‘기관지 출혈·이물질’ ‘응급혈관질환’ ‘성인복부질환’ 등이다. 각 질환마다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요일별로 나눠 응급환자를 대응하는 방식이다. 구급대원은 당직표를 보고 환자 상태에 맞는 병원에 연락해 환자 이송을 요청하면 된다.
하지만 그동안 산과 응급질환 진료는 사실상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다. 순환당직제 대상 병원에서 응급질환 대응은 산과가 아닌 부인과에 한해서만 이뤄졌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1월 설 연휴 산과에 대한 순환당직제를 도입했지만, 참여 병원이 저조해 지속되지 못했다. 지난 2월부터는 비교적 응급 상황이 드문 부인과조차도 순환당직제에서 빠졌다.
보건복지부는 순환당직제에서 제외된 산부인과 응급질환 대응을 위해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제시했다. 이 센터는 산모와 태아, 신생아 등에 대한 집중 치료를 제공하는 곳으로 24시간 응급 분만 등 역할을 수행한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20개 병원을 센터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가천대 길병원 1곳이 센터로 지정됐다.
순환당직제 사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18일 “응급 임신부를 대응할 산과는 참여 병원이 적어 순환당직 시행이 어렵다”며 “임신부 응급 상황은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통해 대응하도록 안내 중”이라고 했다.
■“산과 의사 부족” 위급 상황 대처 난항
근본적인 문제는 산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산부인과는 기피과로 꼽히는 필수과 중 하나다. 특히 부인과에 비해 산과 기피가 심하다. 앞서 인하대병원에서 외국인 임신부의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한 것도 당장 출산을 앞둔 환자를 볼 산과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인하대병원과 가천대 길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산과 의사는 각 1명뿐이다. 물리적으로 응급상황에 24시간 상시 대응이 불가능한 셈이다.
구급대원이 임신부를 산과 의사가 있는 전문병원으로 이송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응급 임신부가 단순히 출산을 앞둔 것인지, 고위험 상태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만을 주로 하는 전문병원이 환자를 수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구급차에서 아이를 출산한 외국인 산모 사례 역시 구급대원이 인천지역 산부인과 전문병원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환자와 소통이 어려워 정확한 상태 진단이 불가능해 이송이 이뤄지지 못했다.
인천 한 응급의학 전문의는 “구급차 출산 산모는 기존에 다니던 병원이 없고 의사소통이 어려워 대응을 못했던 특이 케이스지만, 결국 기피과 소속 의료진 부족과 적정 병원을 신속히 찾기 어려웠던 게 원인”이라며 “산과 등 기피과와 필수과에 대한 지원 강화와 환자 이송에 대한 시스템 정비, 최종적으로는 의정 갈등 해소를 통한 정책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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