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정석 산업2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으로 여행업과 오프라인 쇼핑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면세점은 여행과 쇼핑이라는 두 가지 영역과 겹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경영난에 처했다.
이를 보여주듯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대형 면세점 업계의 올해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이들 4개 업체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가 가장 많은 460억 원의 적자를 보였고 신라 390억 원, 신세계 160억 원, 현대 80억 원 순으로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면세점 업계 연간 매출도 해마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25조 원이던 전체 매출이 지난해 14조 원까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고사 직전에 이른 면세점 업계는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와 신세계는 희망퇴직을 단행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신라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300억 원 가량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신세계디에프가 희망퇴직에 나선 건 2015년 창사 이후 처음이고, 신라가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 역시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이 이처럼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고환율, 중국 단체 관광객의 달라진 소비 패턴과 함께 과도한 공항 임대료와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 문제를 지적한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신라, 신세계, 현대 3사가 지불해야 하는 연간 임대료는 86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각사가 제시한 입찰가에 인천국제공항 출발 여객 수 3600만여 명을 반영해 책정된 것이다. 공항 이용객이 모두 쇼핑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임대료가 과도하다는 것은 각사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연간 4000억 원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신라와 신세계는 적자를 기록했고 400억 원으로 10분의 1 수준인 현대백화점만 유일하게 흑자를 보였다. 롯데는 2000억 원의 막대한 위약금을 내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이미 철수한 상태다.
특허수수료도 문제가 많다. 통상 영업이익 대비 수수료를 책정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매출액에 따라 0.1~1%를 부과한다. 영업적자가 나더라도 매출이 늘었다면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불합리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피해업종으로 지정돼 지난해까지 적용된 특허수수료 50% 감경 혜택도 이미 끝났다. 이에 따라 면세점 업계는 올해 400억 원의 특허수수료를 추가 납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전면전(戰)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한국에 비자 면제 등 각종 유화책을 내놔 눈길을 끈다. 중국은 정부 허가가 없으면 단체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기 어렵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국내 면세점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정부는 고사 직전의 국내 면세업계를 되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과도한 임대료와 수수료를 낮추고 해외 관광객을 유인할 매력적인 관광 인프라 개발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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