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스캔들' 세계 최고 갑부 상속녀 베탕쿠르 타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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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타계한 프랑스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의 법적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중앙포토]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상속녀이자 세계 최고 부유한 여성이었던 릴리안 베탕쿠르가 21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94세. 그의 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는 이날 “어머니가 파리에서 평화롭게 영면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화장품회사 ‘로레알’ 창업주 딸로 45조원 자산가 #말년에 친해진 유명 사진작가에게 수천억원 후원 # #”치매 엄마 속여서 재산 가로챘다” 딸이 소송 제기 #법적 분쟁 패하자 “딸을 무덤 속에서도 저주할 것”
베탕쿠르는 지난해 포브스 집계에서 자산 395억 달러(약 44조 8000억원)로 전 세계 14위 부호로 평가됐다. 여성 가운데선 1위였다. 재산 대부분은 세계 최대 화장품기업 로레알 창립자인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로레알은 1957년 창업주 외젠 슈엘러가 타계한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베탕쿠르는 글로벌 화장품 제국으로 성장한 로레알의 대주주로서 2012년까지 이사회 멤버로 참여했다.
막대한 재산만큼이나 베탕쿠르를 유명하게 한 것은 말년의 소송 스캔들이다. 2011년 베탕쿠르의 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는 자신의 모친이 치매 증상이 있으니 재산권 행사에 대해 후견인 보호권을 둬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 법원은 “베탕쿠르가 혼합형 치매, 상당히 진행된 알츠하이머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딸의 손을 들어주었다. 베탕쿠르는 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딸에게 “무덤 속에서도 저주하겠다”는 모진 말을 퍼붓기도 했다.
어머니 베탕쿠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이겼던 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 [중앙포토]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왼쪽)와 그의 외동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 [사진 셀레브리티닷컴]
일각에선 “재산을 노린 딸이 어머니를 치매로 몰아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베탕쿠르의 정신 상태를 의심해 볼만한 일들이 벌어졌다. 대표적으로 유명 사진작가 프랑수아-마리 바니에에 대한 도가 넘는 후원이다. 베탕쿠르는 1987년 자신의 잡지 사진을 찍은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 바니에의 후원자를 자처하면서 400만 유로(약 49억원)가 넘는 돈을 증여했다. 의문스러운 수천억원대 생명보험 계약이 확인되기도 했다.
릴리안 베탕쿠르와 가까운 사이였으나 말년에 그를 속여 재산을 가로챘다는 소송에 휘말렸던 프랑스의 유명 사진작가 프랑수아 마리 바니에(Francois-Marie Banier). [위키피디아]
2007년 프랑수아즈는 고령인 데다 치매 증세가 있는 어머니를 이용해 돈을 챙긴다며 바니에를 고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베탕쿠르의 기억력이 온전치 않음이 확인되는 증거들이 나왔다. 베탕쿠르는 자신이 바니에에게 준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 결정된 일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바니에에게 가문의 전 재산을 상속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소리까지 했다. 바니에가 후원금 등을 핑계로 릴리안으로부터 챙긴 돈이 8억2000만 유로(약 1조 1000억원)가 넘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소송 과정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내무장관 시절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져 사르코지 대통령의 최측근이 물러나는 등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송은 그해 말 합의로 종료됐지만 프랑수아즈는 다시 후견인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공식적으로 ‘치매’ 판정을 받은 베탕쿠르는 2012년 로레알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다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왼쪽)와 그의 남편이자 정치인 앙드레 베탕쿠르. [사진 셀레브리티닷컴]
1922년 출생한 베탕쿠르는 5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아버지 외젠 슈엘러는 외동딸 베탕쿠르가 15살이 됐을 때 자신의 회사에 합류시켜 화학연구실에서 일하게 했다. 베탕쿠르는 1950년 우파 정치인 앙드레 베탕쿠르와 결혼했고 2007년 세상을 떠난 남편과 사이에는 무남독녀 프랑수아즈 뿐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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