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보건 혜택 받는 세상, AI가 앞당긴다” – 더나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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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고령화, 감염병 확산, 의료 인력 부족 등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AI)이 의료 혁신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헬스AI(HealthAI)’는 AI 기반 의료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023년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다. 현재 50개국 150여 개 기관이 헬스AI 커뮤니티(CoP)에 참여하고 있으며, AI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국제 기준 수립과 검증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경을 초월한 보건의료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국제기구가 주도한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에는 각국 정부와 민간 비영리 단체가 재원을 투자했고, 제약 회사들도 학계와 협력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협력은 현재 자금 조달을 넘어 다자주의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헬스AI는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비영리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벤(Christoph Benn) 헬스AI 이사장도 이러한 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11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의료 혁신을 이끌 수 있다”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I가 의료·보건 분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헬스AI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AI는 선진국과 저소득 국가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선진국에서는 AI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특히 노인 돌봄 서비스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AI가 진단과 처방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진이 없는 오지에서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AI 기반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벤 이사장은 AI가 특히 진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MRI나 엑스레이 판독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저소득 국가 간 의료 접근성이 차이가 크다. AI를 활용하면 저소득 국가에서도 의료 영상 데이터를 전문 센터로 전송해 정밀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원격 의료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가상 병원에서 AI를 활용한 진료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보급은 의료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가짜 정보를 제공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를 의료 시스템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국가별로 AI 규제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이미 AI 기반 의료 기술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데 있어 국가별 편차가 크다. 선진국은 보건 AI를 규제할 기관을 보유하고 있지만, 많은 국가들은 AI 툴을 실험하고 인증할 기관이 없다. 결국 AI의 효과나 부작용을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헬스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벤 이사장은 “국가 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 같은 선진국이 중·저소득 국가의 의료 역량 강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 AI 도입 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품질이 AI의 성패를 결정한다. 어떤 데이터를 선택하고 활용하느냐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AI 툴을 개발할 때 남성 중심의 데이터만 사용하면, 여성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인종·성별·소수 집단을 고려한 대표성 있는 데이터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는 특히 중·저소득 국가에서의 AI 데이터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헬스AI는 국제적인 AI 거버넌스를 마련하는 초기 단계로,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질병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헬스AI의 지속 가능한 자금 조달 전략은 무엇인가.
“미국 정부가 WHO 등 주요 유엔 기구에서 탈퇴하고, USAID(미국 국제개발처) 해체를 선언하면서 국제 보건 기구들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브라질 G20 회의에서도 민간 자원 조달과 부채 스와핑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헬스AI는 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기금 지원을 받은 적은 없지만, 소수 국가에 자금 조달을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다. 각국의 경제 수준과 역량에 맞춰 지원을 받되, 재원 출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은 전 세계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재인 만큼, 모든 국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크리스토프 벤 이사장은 2002년 글로벌펀드(Global Fund) 설립 당시 창립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으며, 2003년부터 외부 관계 디렉터로서 기금 확충을 주도했다. 그는 글로벌펀드의 첫 다섯 차례 재정 보충 과정에서 주요 금융 자원을 유치하며, ‘Debt2Health’와 ‘Product RED’ 같은 혁신적 자금 조달 모델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Debt2Health’는 채권국과 채무국 간 부채 탕감 협정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보건 투자를 확대하는 프로그램이다. 면제된 부채를 공공 보건 사업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해 지속 가능한 보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Product RED’는 HIV 퇴치를 목표로 한 자금 조달 캠페인이다. HIV 퇴치 재단 ‘레드(RED)’가 애플,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고, 해당 제품 판매 수익의 일부를 글로벌펀드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헬스AI가 한국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국은 AI와 보건 AI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국가다. 우수한 기업들이 많고, AI 연구 및 투자도 활발하다. 특히 진단기기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과 협력을 계획하고 있으며, 나아가 한국이 다른 나라의 보건 의료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데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벤 이사장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민간 단체 및 국회의원들과 만났다. 그는 “한국의 많은 파트너들이 보건 AI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정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헬스AI와 한국 간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벤 이사장은 “AI가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이 AI 기반 의료 기술을 평가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이 보건 AI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글로벌 의료 혁신을 이끌어가길 기대합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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