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케시 암바니의 순간 : 결혼식 –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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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세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은 그때부터 3번의 결혼식을 열기 시작했다.
재벌집 막내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최고의 귀빈은 따로 있었다. 2024년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막내 아들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식에는 VIP들이 여럿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 재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토니 블에어 전 영국 총리와 보리스 존스 전 영국 총리 같은 글로벌 정계 인사들도 포함됐다. 재벌집 막내 아들의 결혼식이 다보스 포럼을 방불케 한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그렇지만 무케시 암바니 입장에서 진짜 귀빈은 따로 있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24년 6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3기 집권에 성공했다. 그런데 3기 집권으로 가는 길은 쉽진 않았다. 총선의 최대 쟁점이 정경유착이었기 때문이다. 인도 뭄바이와 캘커타에선 모디 총리의 정경 유착을 겨냥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모디 총리와 무케시 암바니와 가우탐 아다니 같은 구자라트 상인들과의 유착 관계가 문제가 됐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 출신이다.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는 인도와 중동을 연결하는 요충지라 예로부터 상업이 발달했다. 구자라트 상인은 인도 상인의 대명사가 됐다. 그런데 2014년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부턴 구자라트 상인이 아니라 구자라트 재벌이 됐다. 모디 집권 1기에 인도 1위 재벌이 된 무케시 암바니의 릴라이언스 그룹과 모디 집권 2기에 인도 1위 재벌로 올라선 가우탐 아다니의 아다니 그룹이 대표적이다. 총선 직전엔 무케시 암바니의 릴라이언스 그룹이 모디 정부가 최대 규모의 정치 자금을 기부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모디 총리는 1기와 2기와 달리 3기 집권에선 진땀승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무케시 암바니가 소유한 70개 이상의 인도 미디어가 모디 총리를 일방적으로 지원한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총선 한 달 만에 모디 총리가 재벌집 막내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인도 전통 춤도 추고 신랑신부를 축복해준 것이다. 모디 3기에도 무케시 암바니 회장과 모디 총리의 밀착이 이어질 것이란 상징적 장면이었다. 모디 3기에서 가장 큰 이권은 친환경 에너지다. 모디 총리는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무케시 암바니의 주종목이고 릴라이언스 그룹의 뿌리다.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이미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7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릴라이언스 그룹의 인도 최대 정규 단지인 잠나가르에 태양열과 풍력 관련 제조업 시설을 직접 건설하기 시작했다. 모디 총리가 결혼식에서 재벌집과 춤을 추면서 석유 에너지에 이어 그린 에너지까지 장악하려는 무케시 암바니의 야망도 춤을 추게 됐다. 

인도에선 특히 결혼식을 성대하게 여는 풍습이 있다. “자식이 셋이면 왕도 망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무케시 암바니한텐 쌍둥이 남매와 막내 아들까지 자식이 셋 있다. 장녀 이샤 암바니는 2018년 12월 12일 결혼했다. 장남 아카시 암바니는 2019년 3월 10일 결혼했다. 2024년 7월 12일 결혼한 아난트 암바니까지 자식 셋을 결혼시켰다. 무케시 암바니는 세 자녀의 결혼식에 각각 수 억 달러씩을 썼다. 

무케시 암바니의 자산 규모는 1210억 달러다. 한화로 170조 원에 육박한다. 2024년 7월 17일 기준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 11위로 아시아에선 1등이다. 재산으로만 보면 무케시 암바니는 아시아의 왕인 것이다. 170조 원 부자한테 결혼식 비용은 큰 돈이 아니다. 인도에선 평범한 사람도 자녀 결혼식에 재산의 60%를 쓸 정도다. 오히려 무케시 암바니가 스몰 웨딩을 하면 부자 몸 조심이라면서 오히려 욕을 먹는 문화란 뜻이다.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식 축가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불렀다. 축가를 부른 거마비로 1000만 달러를 받았다.     

허례허식이지만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는 구자라트 상인답게 철저하게 계산기를 두드렸다. 무케시 암바니는 장녀 이샤 암바니를 인도 배송 재벌 피라말 엔터프라이즈의 후계자 아난드 파라말과 결혼시켰다. 장남 아카시 암바니는 인도 다이아몬드 재벌 로지 블루 다이아몬드 가문의 딸 슐로카 메타와 결혼시켰다. 재벌집 막내 아들의 신부인 라디카 머천트는 인도 제약 재벌 앙코르 헬스케어 가문의 딸이다. 화려한 파티만큼이나 화려한 일족이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인도 통신 시장과 인도 에너지 산업을 지배하는 인도 최대 재벌이다. 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소매 유통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장녀 이샤 암바니의 결혼으로 배송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강화했다. 장남 아카시 암바니의 결혼으로 사치제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막내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으로 미래 먹거리인 제약 분야까지 시야을 넓혔다.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세 자녀가 모두 어릴 적부터 사귀어온 천생연분과 결혼했다고 소개했다. 사실은 연애결혼이라고 쓰고 정략결혼이라고 읽어야 맞다. 결혼식이라고 쓰고 MOU라고 읽는 것이다. 

3번의 결혼식 때마다 중요한 비즈니스 거래가 이뤄졌다. 2019년 장남의 결혼식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참석했다. 둘 다 인도 출신이다. 무케시 암바니는 2017년 7월 초처가 스마트폰인 지오폰을 출시해서 인도 통신 시장을 휩쓸었다. 1분기 만에 1500만 대가 팔려나갔다. 인도 통신 시장을 놓칠 수 없었던 구글과 MS도 부랴부랴 지오폰 전용 앱을 별도 개발했다. 구글은 2020년부턴 아예 릴라이언스 그룹과 손잡고 지오폰 넥스트를 출시했다. 모두가 2019년 장남의 결혼식 전후로 일어난 비즈니스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번의 결혼식에 모두 초대 받았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다. 무케시 암바니는 2012년부터 40조 원을 투자해서 인도 전역에 4G LTE 통신망을 깔기 시작했다. 이때 4G LTE 네트워크 장비 단독 공급 업체로 선택한 기업이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월 평균 7000개 씩 인도에 기지국을 설치했다. 3분에 1대 꼴이었다. 지금은 5G 네트워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릴라이언스 그룹의 통신 회사인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은 1조5000억 루피에 5G 주파수의 황금대역을 낙찰 받았다. 1조5000억 루피면 한화로는 25조 원 정도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4G에 이어 또 다시 큰 장이 서는 것이다. 

5G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건 2019년 결혼한 장남 아카시 암바니다. 2022년 6월 무케시 암바니는 아들 아카시 암바니에게 릴라이언스 그룹의 통신 회사인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의 이사회 의장 자리를 넘겨줬다. 아카시 암바니는 이재용 회장이 인도식 터번을 두루고 참석했던 성대한 결혼식의 신랑이었다. 정작 아카시 암바니는 5G 통신망 네트워크 사업에선 삼성전자 이외에도 에릭슨과 노키아와도 협력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재벌집 막내 아들 결혼식에 반드시 참석해야만 했던 이유다. 겉보기엔 부잣집 잔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선통신 가입자 12억 명의 인도 통신 시장이 걸린 각축장인 것이다. 

무케시 암바니는 아버지 디루바이 암바니와 함께 사실상 릴라이언스 그룹을 공동 창업했다. 디루바이 암바니가 창업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퀀텀 점프에 성공한 건 1980년 인디라 간디 2기 정부의 폴리에스터 실 제조업 면허증 취득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었다. 인디라 간디 정부는 국가가 제조업을 통제하는 사실상의 사회주의 정부였다. 그 중에서도 인도 직물 산업은 주요 규제 대상이었다. 인디라 간디 정부는 1980년 극소수의 민간 기업에게만 폴리에스터 실 제조업 면허증을 발급해줬다. 디루바이 암바니의 릴라이언스 텍스타일은 45개 기업과 경쟁한 끝에 면허증을 따냈다. 이때 경쟁한 기업 중엔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던 타타도 있었다. 

디루바이 암바니가 폴리에스터 실 제조 면허증을 따낼 수 있었던 건 아들 무케시 암바니의 도움 덕분이었다. 당시 무케시 암바니는 인도 화학기술연구소 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유학하고 있었다. 무케시 암바니는 무학에 가까운 아버지를 대신해서 복잡한 정부 서류를 준비했다. 릴라이언스가 면허증을 취득하자 무케시 암바니는 아예 스탠포드를 중퇴하고 가업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폴리에스터 실 생산에 머물지 않고 1990년대부턴 전공을 살려서 원유 채굴업과 정유업에 손을 댄다. 무케시 암바니는 수개 월 동안 현장 컨테이너에서 살면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무케시 암바니는 아버지의 고향이자 가문의 뿌리인 인도 구자라트 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 시설을 건설한다. 

2002년 창업주 디루바이 암바니가 별세한 이후 무케시 암바니는 동생 아닐 암바니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된다. 정작 릴라이언스 형제의 난은 암바니 가문의 안주인인 어머니 콜킬라벤 암바니의 중재로 싱겁게 끝난다. 형 무케시 암바니는 릴라이언스의 현재 주력 부문인 에너지와 정유 부문을 맡았다. 동생 아닐 암바니는 랄리이언스의 미래 성장 부문인 통신과 금융 부문을 맡았다. 형제는 서로의 사업 분야에는 진출하지 않는다는 신사 협정을 맺는다. 

먼저 신사 협정을 깬 건 무케시 암바니였다. 무케시 암바니는 2009년 스티브 잡스가 일으킨 아이폰 모먼트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 초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차세대 4G 통신 운영권을 취득한다. 2010년 6월엔 인도 통신사 인포텔 브로드밴드 서비스의 지분 96%를 7억4000만 달러에 확보한다. 지금은 인도 1위 통신사가 된 릴라이언스 지오의 모태다. 동생 아닐 암바니는 아이폰 모먼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아닐 암바니가 나눠가져간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2G와 3G 피처폰에 머물러 있었다. 

어떤 면에선 무케시 암바니는 어머니의 유언을 지켰다. 동생의 시장인 2G와 3G 피처폰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고 오직 4G 스마트폰 시장에만 진출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삼성전자와 손잡고 인도 80% 지역에 4G 통신망을 깔았다. 릴라이언스 지오는 2016년 9월 4G LTE 서비스를 시작해서 170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동생 아닐 암바니는 2016년 9월에 부랴부랴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과 당시 1위 이동통신사였던 에어셀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무산된다.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의 부채 때문에 에어셀이 발을 빼버린 것이다. 결국 2017년 동생 아닐은 형 무케시에게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의 지분을 모두 넘기고 통신 시장에서 철수한다. 

무케시 암바니는 여세를 몰아서 2017년 7월 지오폰을 출시했다. 자체 개발한 카이OS를 기반으로 해서 휴대폰 가격이 무료에 가까웠다.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중간 정도인 하이브리드 스마트폰으로 통신비가 부담스러운 인도의 중서민층 소비자를 대만족시켰다. 2017년 0.3%였던 릴라이언스 지오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47%까지 커지며 1위가 됐다. 이때부터 암바니 그룹의 위상도 완전히 달라졌다. 에너지와 통신을 아우르는 인도 재계의 왕이 된 것이다. 무케시 암바니가 장녀 이샤 암바니의 초호화 결혼식을 통해 부를 과시하고 혼맥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2018년부터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암바니 3남매의 결혼 기간은 릴라이언스 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 기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통신 계열사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을 지배하는 지주회사인 지오 플랫폼을 설립했다. 구글과 메타 같은 빅테크들과 인텔과 퀄컴 같은 통신 장비 기업들과 KKR과 레드우드 같은 사모펀드들과 사우디 국부펀드와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지분 투자를 했다. 

무케시 암바니는 통신 사업을 기반으로 2020년부터 온라인 소매 유통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다. 무케시 암바니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이 위축된 것을 기회로 활용했다. 2020년 8월 유통업계 2위인 퓨쳐그룹의 유통 부문을 34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시도한다. 릴라이언스가 인도 최대 대형 마트 빅바자르와 신선 식품 유통 체인 푸드홀을 먹으려고 한 것이다. 

퓨처그룹에 2019년 이미 지분 투자를 했던 아마존이 걸림돌이었다. 아마존과 릴라이언스는 퓨처그룹을 놓고 인도 온라인 유통 시장의 미래가 걸린 법정 분쟁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법정에선 아마존이 이겼다. 정작 법정 밖에선 릴라이언스가 이겼다. 릴라이언스는 빅바자르 같은 대형 마트가 위치한 인도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인 것이다. 퓨처그룹의 대형 마트들이 대부분 임대료가 연체돼 있다는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릴라이언스는 퓨처그룹의 빅바자르 간판을 내리고 자신들의 스마트 바자로 바꿔 달았다. 아마존은 퓨처그룹의 간판을 인수했지만 릴라이언스는 그렇게 알짜 매장만 쏙쏙 빼먹었다. 덕분에 릴라이언스 그룹의 리테일 부문인 릴라이언스 리테일은 순식간에 인도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 릴라이언스 리테릴은 신선 식품 유통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유통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식품 시장이 코로나 판데믹 이후 온라인으로 전환된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무케시 암바니는 그룹의 본점 격인 에너지 부문도 릴라이언스 O2C로 전환했다. O2C는 오일 투 케미컬의 약자다. 릴라이언스 O2C의 기업 가치만 80조 원이 넘는다. 이렇게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세 자녀의 초호화 결혼식에 맞춰서 통신의 지오 플랫폼과 유통의 릴라이언스 리테일과 에너지의 릴라이언스 O2C라는 3개의 기둥을 완성했다. 2023년부터 무케시 암바니는 세 자녀에 대한 승계 작업을 개시했다. 자녀 셋을 결혼시키면 왕도 망한다고 했다. 무케시 암바니는 3번의 결혼식과 3번의 피로연으로 인도 경제의 왕중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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