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경기력, 파예스 승부수 통했다··· 우리카드 짜릿한 역전승 – 스포츠경향

우리카드 선수들이 8일 장충체육관에서 대한항공을 극적인 역전승으로 꺾고 환호하고 있다. KOVO 제공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남자배구 우리카드가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맞아 첫 두 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3세트부터 확실한 반전에 성공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승부처 과감한 선수교체로 던진 승부수가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우리카드는 8일 서울 장충체육관 홈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2(22-25 19-25 25-23 31-29 15-13)로 꺾었다. 1세트 고비에서 대한항공 정지석에게 연달아 서브 에이스를 내주며 기세가 꺾였고, 2세트는 더 무기력하게 내줬다. 1라운드 홈 3경기 전패가 눈앞까지 닥쳐왔다.
반전은 3세트부터였다. 2세트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아시아쿼터 선수 알리 하그라파스트(등록명 알리)를 스코어 2-3 세트 극초반에 뺐다. 대신 1·2 세트 내내 웜업존을 지켰던 한성정을 투입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기력했던 지난 세트와 달리 일진일퇴 공방이 이어졌다. 세트 중반 들어서는 외국인 주포 미힐 아히(등록명 아히)까지 빼버렸다. 국내 선수들로만 버텨냈지만 수비는 더 단단해졌고, 공격의 흐름도 더 원활해졌다. 24-21까지 앞서며 반격의 고삐를 잡았다. 잇따른 실점으로 24-23까지 쫓기자 다시 아히를 투입했다. 아히가 세트를 따내는 퀵오픈을 성공시켰다.
마우리시우 파예스 우리카드 감독은 4세트에도 폭넓은 선수 기용으로 승부수를 이어갔다. 아히가 먼저 내보냈지만 초반 1-4까지 끌려가자 알리를 대신 집어넣으며 상대 흐름을 끊으려 했다. 3~4점차 끌려가는 중에도 조금씩 격차를 줄여나갔고, 23-24에서 아히의 백어택으로 듀스 승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계속된 공방은 30점이 넘어서 마침표가 찍혔다. 29-29 동점에서 이상현의 속공에 이어 아히의 백어택으로 연달아 점수를 올리며 패색 짙었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5세트, 우리카드가 확실히 분위기를 가져왔다. 세트 초반부터 앞서며 꾸준히 우위를 지켰다. 13-13에서 김지한의 퀵오픈에 이어 세터 한태준이 상대 정한용의 공격을 가로막으며 길었던 경기를 끝냈다.
파예스 감독은 극적인 승리에도 크게 들뜨지 않았다. 그는 “대한항공과 같은 팀과 경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느꼈다”고 했다. 3세트 이후 다채로운 선수 기용에 대해서는 “잘 안될때 선수 교체로 바깥에서 숨도 고르게 하고, 다시 들어가서 활기차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이드아웃을 만드는게 기복이 많았다. 상대 공격을 빨리 끊지 못해서 힘들게 경기했던 것 같다”고 짚었다.
그래도 워낙에 극적인 승부였다. 기쁘지 않으냐는 말에 파예스 감독은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그는 “사실은 많이 피곤하다. 새벽에 아들의 배구 시합이 있었다. 우리카드에 굉장한 에너지를 쏟는 동시에 가족과도 밸런스를 맞워야 한다. 딸의 생일까지 겹치다 보니 좀 힘들긴 했다”고 웃었다. 파예스 감독의 아들도 배구 선수다. 폴란드 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이따금씩 중계를 보며 피드백을 준다.
이날 경기 중간 들어가 분위기를 바꾼 한성정에 대해서는 “그간 몸이 제대로 준비가 안됐다. 원하는 경기력도 보이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제 막 아버지가 됐다. 그래서인지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파예스 감독은 “한성정을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스스로 의심했을 수는 있지만, 팀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력은 완벽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칭찬했다.
우리카드는 이날 승리로 승점 8점째에 올랐다. 오는 12일 안산 원정에서 OK저축은행과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우승후보간 대결로 관심을 모은 여자부 경기는 현대건설이 대전 원정에서 정관장을 세트 스코어 3-1(25-12 27-29 25-22 39-37)로 꺾고 개막 5연승을 달렸다. 4세트 끝도 없이 이어진 듀스 공방 속에 이다현이 표승주의 공격을 막아내며 대혈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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