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도 세계 스포츠계 거장들이 잇달아 유명을 달리했다. 축구와 야구, 배구 등 각 종목에서 선수와 감독, 행정가로서 큰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 영면에 들었다.
독일 축구의 자랑 프란츠 베켄바워가 올 초 7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선수와 감독, 행정가로서 독일 축구의 발전을 이끈 베켄바워는 ‘카이저(황제)’로 불렸다. 그는 1974년 선수로, 1990년 감독으로 독일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유일한 인물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를 주도하며 독일 축구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프란츠 베켄바워. 게티이미지코리아
수비수이면서 공격까지 주도하는 ‘리베로’ 포지션을 개척한 베켄바워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분데스리가 4회 우승, DFB 포칼 4회 우승,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3연패(1974~1976)를 달성했다. 1972년과 1976년 축구 선수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를 수상했으며, 이후 뉴욕 코스모스에서 펠레와 함께 뛰었다.
은퇴 후에는 1994년 뮌헨 회장직을 맡았고, 구단은 그의 업적을 기려 등 번호 5번을 영구 결번 처리했다. 하지만 말년에는 2006년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FIFA 집행위원들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으로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베켄바워보다 앞서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을 우승하며 ‘최초’ 타이틀을 챙긴 브라질의 마리우 자갈루가 별세했다. 브라질 축구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감독으로 평가받는 그는 선수와 감독으로서 브라질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1958년과 1962년 월드컵에서 선수로 우승했고, 1970년에는 펠레, 자이르지뉴 등 선수들과 함께 감독으로 브라질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1958년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스웨덴을 상대로 득점을 기록했다. 선수 시절에는 플라멩구와 보타포구에서 활약했고, 감독으로는 플라멩구, 보타포구, 플루미넨세 등 브라질 명문 구단들을 맡아 여러 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 영결식을 마친 뒤 유가족이 고인 영정을 들고 영결식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축구 행정을 17년째 이끌어온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은 최근 타계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조직적 기반을 다진 그는 2009년 WK리그를 출범시키고 연고지 제도를 도입했으며, FIFA 여자축구위원회 위원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역임했다.
WK리그는 그의 재임 동안 8개 팀으로 확대됐다. 한국 여자축구 U-17 대표팀은 2010년 월드컵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리키 헨더슨. 게티이미지코리아
메이저리그(MLB) 최다 도루 기록 보유자로 ‘최고 1번’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리키 헨더슨도 12월에 눈을 감았다. 통산 1406도루, 2295득점, 3055안타를 기록했으며, 도루왕에는 10차례 올랐다. 오클랜드, 양키스, 토론토 등에서 25시즌을 뛰었고, 1990년 MVP와 1993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에는 83.7%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NFL(프로미식축구) 역사상 최고의 러닝백 중 한 명으로 꼽히는 O.J. 심슨이 올해 76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심슨은 1973년 NFL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2003야드 러싱(선수가 공을 들고 달린 거리)을 달성하며 MVP에 선정됐고, 버팔로 빌스(1969~1977)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1978~1979)에서 11시즌을 뛰었다. 통산 1만1236야드 러싱, 61회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O.J. 심슨. 게티이미지코리아
1994년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친구 론 골드만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고, 9개월간의 형사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7년에는 무장강도 혐의로 체포돼 9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 연합뉴스
한국 배구계는 조혜정과 최홍석을 떠나보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조혜정은 1974년 세계선수권 준우승, 1975년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이끌었고, GS칼텍스 감독을 맡아 한국 최초의 여성 프로배구 감독이 됐다.
V리그에서 활약한 최홍석은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등에서 뛰며 2013년 올스타전 MVP를 수상했고, 은퇴 후에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 35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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