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트렌드라이트
아래 글은 2025년 01월 1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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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업계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매출 감소와 누적되는 적자로 인한 이중고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먼저 공항 면세점을 포기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던 롯데 면세점은 위기 극복이 어려워지자 따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매출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성 확보를 우선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롯데가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기대를 걸었던 시내 면세점 방문객이 계속 줄어들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신세계 면세점 역시 부산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폐점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하지만 공항 면세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제시한 높은 입찰가가 현실적인 부담으로 돌아오며 ‘승자의 저주’가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가장 높은 수준인 여객 1인당 약 9,000원의 임대료를 제시한 신라 면세점은 공항 내 자리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매년 3,200억 원이 넘는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미 영업 손실을 기록 중인 가운데, 이런 부담은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시내와 공항을 가리지 않고 면세점 업계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유명 모델 기용을 중단하는 등 마케팅 비용 축소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매출 감소와 수익 악화를 막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업계가 처한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는 업계의 위기가 단순히 비용 절감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면세점 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여행 수요가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이용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고환율의 여파와 중국 따이궁 및 유커(단체 여행객) 감소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으로는 고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할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 핵심 문제이죠.
면세점이 고객에게 제공하던 최대 가치는 편리하고 저렴한 쇼핑이었습니다. 그러나 가격적 우위는 면세라는 혜택을 제외하면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였는데요. 면세점은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와 퀄리티를 제공하면서 기본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은 면세점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더 저렴한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요. 굳이 면세점을 고집할 필요성이 사라졌습니다.
상품 다양성 부족 또한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입니다. 면세점의 주요 상품군은 유명 브랜드, 특히 명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 상품을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면세점의 차별성이 약화되었습니다. 여기에 명품 수요까지 온라인으로 분산되며 면세점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 행태의 변화 역시 면세점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과거에는 단체 여행이나 패키지여행이 대세였기 때문에 면세점 쇼핑이 자연스러운 일정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여행 트렌드로 바뀌면서 개별 쇼핑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싸지도 않고, 특별한 상품도 없으며,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면세점은 자연스럽게 고객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입니다.
면세점 업계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비슷한 위기를 겪었지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백화점 업계를 참고할 만한데요. 백화점 역시 쇼핑 트렌드 변화로 한때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면세점처럼 명품에 의존하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결국 그 한계에 부딪힌 점은 매우 유사했죠.
하지만 백화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콘텐츠와 경험을 발굴하며 반전에 성공한 겁니다. 단순히 쇼핑하는 공간을 넘어 여가를 즐기고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랜드마크로 정체성을 재정립하였고요. 또한, 입점 브랜드를 수시로 교체하며 신선함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면세점도 백화점처럼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면세라는 본연의 강점은 유지하되,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여행 중 반드시 들러야 할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경험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처럼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만 면세점 업계는 생존을 넘어 다시금 경쟁력을 갖춘 업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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