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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쓰러진 외국인 임산부가 2시간 넘게 ‘병원 뺑뺑이’를 돌다가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낮 12시20분께 인천공항 제1터미널 3층 카운터 앞에서 베트남 출신의 A(31·여)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A씨가 복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고 공항에서 가까운 한 병원으로 이송을 준비했다. 애초 병원 측은 “부인과 진료가 가능하다”고 알렸지만, 이후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산과 진료는 의사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했다.
119 구급대는 인천과 경기지역 병원 12곳에 연락을 취했지만 초진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A씨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소방대원들의 응급 분만 조치로 신고 2시간 13분만인 오후 2시 33분께 구급차 안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세계 최고 공항이 위치한 인천 영종국제도시에는 응급실 등을 갖춘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 없다. 이번 일로 대한민국 관문의 의료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영종국제도시에는 현재 13만명이 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4단계 확장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1억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이름을 올렸다. 상주인구와 공항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매일 수십만명이 오가는 곳에 응급실이 있는 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인천시는 그동안 영종국제도시에 상급 종합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펼쳤지만 성과는 없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인천공항 인근에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서울대병원 등 국내 주요 상급병원의 문도 두드렸지만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최근 제주항공 참사 이후 대형 여객기 사고에 대비해서라도 인천공항 인근에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세계 주요 국제공항 주변에는 항공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한 종합병원이 설립돼있다. 미국의 경우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인근에 ‘자메이카 병원 메디컬 센터’가 있고,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주변에는 ‘센티넬라 병원 메디컬센터’가 위치해 있다.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근처에도 국제의료복지대학 나리타 병원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다리 건너 30㎞ 거리에 있다. 이제라도 의료계와 정부가 나서 영종국제도시의 종합병원 건립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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