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육이 줄고 내장지방이 늘어나면 고혈압, 당뇨병 등 각종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근육과 내장지방의 양이 폐 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정영주·김홍규 교수 연구팀은 성인 1만 5천여 명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검사(CT)와 폐활량 검사를 분석한 결과, 근육량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을수록 폐활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근육량이 적고 내장지방이 많은 ‘근감소성 비만’에 해당할 경우 폐 기능 저하 위험이 최대 4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만 5,827명(남성 9,237명, 여성 6,590명)의 복부 CT 영상과 폐활량 검사 결과를 토대로 근육량과 내장지방이 폐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대상자를 골격근량과 내장지방 면적을 기준으로 네 그룹으로 나눈 뒤, 노력성 폐활량(FVC,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뒤 힘껏 내뱉은 공기량)과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 폐활량 측정 시 처음 1초 동안 배출된 공기량)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근육량이 가장 적고 내장지방이 가장 많은 근감소성 비만 그룹은 폐 기능 저하율이 가장 높았다. 남성의 경우 폐 기능 저하율이 19.1%로, 근육량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은 그룹(4.4%)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여성도 각각 9.7%, 3.1%를 기록해 근감소성 비만 그룹의 폐 기능 저하율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근육량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은 그룹은 폐활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에 관계없이 근육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근육량이 적고 내장지방이 많은 그룹보다 폐활량 수치가 3~5% 더 높았다. 연구팀은 근육이 많을수록 횡격막과 늑간근 등 호흡에 중요한 근육이 활성화되고, 흉곽이 충분히 확장되면서 폐활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장지방 역시 폐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내장지방이 가장 많은 남성 그룹의 노력성 폐활량은 88.1%로, 내장지방이 가장 적은 그룹(93.1%)보다 5% 낮았다. 여성에서도 내장지방이 많은 그룹과 적은 그룹 간 폐활량 차이가 3.4%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내장지방이 쌓이면 흉곽의 용적이 줄고 염증 반응을 유발해 폐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영주 교수는 “폐 건강을 위해서는 단순히 금연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장지방을 줄이고 건강한 근육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의 신체구성에 맞춘 적절한 운동과 식이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규 교수도 “비만이 있는 경우에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고, 비만이 아닌 경우에도 근육량을 유지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에서 발표됐으며, 국제학술지 ‘체스트(Chest)’ 최신호에 게재됐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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