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열혈사제 2’에서 김홍식 역을 연기한 배우 성준. 사진 길스토리이엔티
여러모로 1편에 비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SBS 드라마 ‘열혈사제 2’에서 그나마 건진 소득이 있다면 새로운 빌런들의 등장이었다. 잔혹하고 냉정하지만 의외의 순정이 있는 성준의 김홍식 캐릭터 그리고 비리 검사지만 건들거리는 사투리 속에 욕망을 감춘 서현우의 남두헌 캐릭터는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그중에서도 김홍식 캐릭터는 정확하게 김해일 신부(김남길)의 대척점에서 극을 이끌어야 했다. 1편으로 따지면 황철범(고준)의 역할이었는데, 그나마 말이 통하던 황철범에 비해 김홍식은 수가 틀리면 납치든 살인이든 심지어는 성모상의 방화도 서슴지 않는 예측불허의 인물이었다. 이를 맡은 성준의 준비도 복잡했다.
“시즌 1이 잘 된 작품이었잖아요.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담이 있었죠. ‘메인 빌런’이니 무게감을 만들지 않으면 장치를 잘 만들어야 했어요. 제가 망가지면 이도 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악이 작거나 우스꽝스러우면 축을 잡아주지 못할 것 같았어요.”
SBS 드라마 ‘열혈사제 2’에서 김홍식 역을 연기한 배우 성준. 사진 길스토리이엔티
어린 시절 버려져 라오스에서 잡초처럼 살아나온 그에게 성준은 ‘있을 법한 악역’의 서사를 노렸다. 더럽지만 필요악의 느낌 그리고 유, 청년 시절의 고생을 성공한 사람처럼 보여 상쇄하려는 욕망도 있었다. 몸에는 라오스 전사들이 그린다는 타투를 문신 설정으로 넣고 몸도 다듬었다.
“운동하면서 몸을 커팅했어요. 처음에는 10㎏ 정도 뺐다가 정장을 입으면서 조금 찌웠어요. ‘벌크업’도 생각했지만 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이)하늬 누나와 러브라인도 있다고 해서 신경을 썼는데, 어린아이 같은 내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실 박경선 검사(이하늬)가 엄마와 닮았다는 이유였거든요.”
그가 중간 김해일 신부에게 선전포고를 위해 성모상에 불을 질렀던 행위는 기독교 국가에서 본다면 신성모독으로 큰 논란이 될 행동이었다. 드라마상의 설정이긴 했지만 이를 결행하는 그도 고민이 없지 않았다. 이 작품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기도 했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 2’에서 김홍식 역을 연기한 배우 성준 출연장면. 사진 SBS
“분명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김홍식으로 행동하니까 그답게 ‘뭘 즐기고 싶어서’라는 의도가 중요했어요. 말 그대로 김해일 신부를 자극하는 행동이 필요했죠. 상대를 자극하려면 무엇이든 하는, 그리고 그 책임을 전가하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극에서 대립했던 김남길은 2년 전 공개를 시작한 티빙 드라마 ‘아일랜드’에서도 적수로 만났다. 하지만 실제 김남길은 성준의 소속사 대표이자 친한 형이다. 극에서는 대립하지만 촬영현장에서는 서로를 놀리고 골리며 재미있게 지냈다.
“대표님이라고 하지만 저는 똑같아요. (김)남길이 형은 오래전부터 봤던 분이었거든요. 사장님, 대표님이시지만 형이자 선배세요. 권위의식이 있는 분이 아니어서 촬영현장에서도 제가 ‘성공한 남자’라고 치켜세워드렸죠. 괴롭히면 타격감(?)이 있는 분이거든요.(웃음)”
SBS 드라마 ‘열혈사제 2’에서 김홍식 역을 연기한 배우 성준 출연장면. 사진 SBS
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성준은 2011년 KBS2 단막극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그의 초반 이미지는 양분됐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나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로맨스가 필요해 3’ ‘연애의 발견’ 등의 작품에서는 현실감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을 연기했다.
또 다른 ‘구가의 서’ ‘하이드 지킬, 나’ ‘마담 앙트완’ 등의 작품에서는 이성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큰 키와 중저음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다정하고 심지어 귀여운 이미지도 있는 그는 따지고 보면 서서히 시간에 따라 이미지를 다채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 새로운 지점이 ‘아일랜드’의 궁탄이었고, 이번 ‘열혈사제 2’의 김홍식이었다.
“로맨틱한 이미지는 저와 연기하는 캐릭터의 차이가 심하다고 봐요. 사실 저는 ‘남자 남자’하는 타입이거든요. 주변에도 남동생이나 형 같은 사람이죠. 다채로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조금 늦게 한 군 생활이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내향적인 성격이라 단체생활도 잘 못 하는 편이었는데, 군 생활을 하면서 젊은 친구들과 부대끼는 일이 재미있더라고요.”
SBS 드라마 ‘열혈사제 2’에서 김홍식 역을 연기한 배우 성준. 사진 길스토리이엔티
2019년 결혼에 앞서 아들을 본 성준은 2020년 결혼식도 올려 어엿한 아빠가 됐다. 물론 ‘열혈사제 2’의 역할은 잔혹한 역이라 아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어른 될 때까지는 절대 보여줄 일이 없을 것”이라 단언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아빠로서 꿈은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배우’가 되는 일이다.
“‘아일랜드’ 때 홍보를 위한 래핑버스를 보고 아빠를 알아보더라고요. 연기하는 사람인 정도는 알죠.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게 주요한 것 같아요. 보이는 직업이니까요. ‘너희 아빠 별로야’라는 말을 아들이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영화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를 정말 자주 보거든요. 그처럼 일상과 생활에서 오는 리얼한 느낌의 작품을 해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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