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리뷰 –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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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랑해요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몇 번째 보는지 모를 단편 영화다. (시험기간인데도) 문득 영상이 보고 싶어 찾아보던 중에 여자친구가 같이 보고 싶다고 해서 다시 보게 되었다. 볼 때마다 눈물 콧물 다 뺐던 기억이 있어 여자친구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안 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같이 울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표현하는 말은 없다고 한다. 그 마음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무겁다는 뜻이겠지. 영화에서는 딸이 학교 총기사건의 피해자로 나와 마지막에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랑해요.)’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그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부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식이 조금만 아파도 내 탓이네 네 탓이네 싸우는 게 부부라는데, 그러면 이 둘은 대체 어떤 말을 주고받았을까.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든다. 난 자식도 없고 주변에 비슷한 일을 본 적도 없는데, 왜 운 걸까. 내가 감히 울어도 되는 걸까. 이상하게도 우리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며 건강이 악화되어 돌아가신 건데도. 그때의 슬픔보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더 슬프다니. 그럼 난 울다 혼절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것보다 더 울면 안 될 거 같은데.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적이 있다. 사실 좀 자주. (당시에는 전이었던) 여자친구의 흔적을 보며 혼자 울고 힘들어했었는데 이 영화에 나온 것처럼 아예, 평생 못 보는 사람의 흔적을 찾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짐을 정리할 때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하던 엄마는 무슨 생각과 마음을 정리한 걸까.

13분 밖에 안 되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대사 하나 없는 작품인데도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이 영화가 명작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실 짧아 보이는 이 후기를 적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고, 영화를 본 것보다 시간을 훨씬 많이 투자해서 쓸 말을 골랐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논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다음으로는 이 영화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이길래 난 이토록 가라앉게 된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리자면 나는 내 상황을 비춰 보았다기보다는 그냥 이 사람들의 상황에 공감했고, 이해하려고 애썼으며, 그래서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완전히 체감하고 공감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물론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 부부가 그럼에도 살아낸 것에, 그리고 살아내고 있는 것에 고맙다고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미안하다고.
                    

문화생활 리뷰 남기는 이다온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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