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ㅇ중학교 ‘육아시간 갑질 사건’(한겨레 1월22일치 13면, 23일치 13면)과 관련해 교육부가 “교장에게 학교 운영 권한이 있어도 일방적으로 규정을 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충북도교육청이 학교현장 조사와 피·가해자 면담 없이 ‘갑질 아님’ 결론을 낸 것도 “교육청이 그런 절차도 없이 결론을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교육청에 다시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했다. 피해 교사들은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나쁜 전례가 남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한겨레 기사를 보고 ㅇ중 사건을 파악한 뒤 충북교육청에 관련 상황을 알아봤다”고 밝혔다. ㅇ중 장선영(가명·44) 교사는 지난해 9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교육부에 ‘학교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육아시간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 아닌지’ 등을 질의했다. 당시 익명으로 지역을 밝히지 않고 접수된 민원에 교육부는 질의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 없이 관련 규정만 설명하고 “자세한 내용은 소속 교육청에 문의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지난해 8월16일 ㅇ중 교감은 육아시간 사용 대상인 교사 5명을 불러 “앞으로는 일과 중 육아시간을 쓰지 말고, 이미 신청한 것은 지각·조퇴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교사들 반발이 이어지자 교장은 며칠 뒤 교무회의에서 ‘일과 중엔 무조건 육아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내용의 3가지 안을 제시해 투표를 강요하며 “가정의 일보다 공무가 우선이고, 교사는 방학이 있으니 사실 연가도 쓰면 안되며, 담임이 육아시간 쓰는 건 책임감 없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교장은 지난해 12월26일 유산 위험에 입덧까지 심한 임산부 교사의 모성보호시간 신청까지 “조퇴로 바꾸라”고 보류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ㅇ중 교사들로부터 ‘갑질 신고’를 접수한 충북교육청은 학교현장 조사와 피·가해자들에 대한 진술·의견 청취 없이 일주일 만에 “갑질은 아니고, 문제 없다”는 결론을 냈다. 충북교육청은 교육부에도 조사 절차에 대한 언급 없이 “종합적으로 검토해 갑질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만 했다.
이혜진 교육부 교육정책과장은 “공무원 복무 규정상 학교 운영 상황을 고려해 학교장이 교직원의 의견을 들어 육아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기준을 정할 수 있지만, 교장이 (민주적·합리적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할 순 없다. 특히 (교사들을 불러) ‘육아시간은 아예 쓰지 말고 지각·조퇴로 바꾸라’고 한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충북교육청과 청주지원청, 학교가 대책을 마련해 교육부와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의 부실한 갑질조사에 대해서도 이 과장은 “교육청이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조처한 것인지 다시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했다.
교육청에 교장·교감에 대한 갑질 재조사를 요구한 ㅇ중 김슬기(가명·43) 교사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교장 권한이니 문제 없다’는 식의 결론으로 마무리되면 우리 사례가 멀쩡히 운영되는 다른 학교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두렵다”며 “나쁜 전례가 남지 않도록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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