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내수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이익이 성장한 기업이 많았다. 이런 식품 업계가 최근 고물가를 이유로 과자 등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혼란한 정국 상황을 틈타 이뤄지는 현재의 가격 인상이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면 엄중한 질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초코파이·꼬북칩 등으로 전 세계 한국 과자 흥행을 일으킨 오리온은 지난 11일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오리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1043억원, 영업이익 5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6%, 10.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7.5%에 달한다. 오리온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카카오, 설탕 등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더해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의 실적 호조에 따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오리온은 지난해 12월부터 재룟값 상승 등을 이유로 초코파이·꼬북칩을 포함한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지난해 3월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오리온 청주공장을 방문했을때 이승준 오리온 대표가 공개적으로 “가격 인상은 없다”고 한 뒤 8개월여 만에 이를 뒤집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11일 “지난해 국내 종합음료기업으로는 최초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출 성과의 주요 요인은 필리핀펩시를 필두로 한 글로벌 사업과 제로 음료, 소주 ‘새로’로 분석된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6월부터 원가 부담 등을 이유로 펩시콜라 등 6개 음료의 출고가를 평균 6.9% 올린 바 있다.
그동안 식품 기업들은 밀가루 등 수입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경영 부담이 커졌다며 제품 가격을 인상해왔다. 과자·라면·음료 가격이 잇따라 오르며 소비자의 부담을 키웠다. 그런데 최근 주요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오리온의 경우 2022년 16.2%에서 2024년 17.5%로 올랐고, 국내 식품 기업 1위인 씨제이(CJ)제일제당은 2022년 6.8%에 이어 2023년 4.6%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5.8%로 다시 올랐다. 이 시기 식품류·비주류 음료 소비자물가 지수(2020년 100기준)는 2022년 112에서 2024년 122로 올랐다. 소비자 부담은 계속 커지는데 기업들의 수익성은 점차 방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단체는 12일 식품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일부 기업의 매출원가율(지난해 3분기 기준·판매가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원두, 코코아, 원당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은 올랐지만, 밀가루 원재료인 소맥이나 대두유, 팜유 등 유지류 가격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소맥 가격은 2022년 574원에서 2023년 499원, 지난해에는 441원까지 매해 12∼13%가량 내렸다. 이 단체는 “원가율을 낮추려는 업체들의 노력도 무시하기 어렵다”면서도 “식품 업체들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이유로 거의 매년 연말·연초 제품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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