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2024.12.21박민수
<나 혼자 산다> 윤가이 편을 기억하시나요? 하루 1만원 사용하기에 도전한 그는 점심으로 4천원을 지불했고, 저녁엔 친구와 한강에서 라면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스스럼없이 플렉스를 한 젠지가 이제는 윤가이처럼 절약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고 해요. 그 이유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까지 일명 3고(高) 시대가 왔기 때문! 통계청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작년 물가지수는 2022년보다 3.6% 증가한 데 비해 평균 소득은 1.9% 상승해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Z세대를 중심으로 필요한 것만 사는 게 트렌드가 되며 ‘요노(YONO)’라는 말이 등장했는데요. ‘You Only Need One’의 줄임말로,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뜻이예요. ‘인생은 한 번뿐이지!’하며 소비를 즐기는 욜로(YOLO)와는 상반된 개념입니다.
스치듯 보면 미니멀리스트와 같아 보이지만 다르답니다. 미니멀리스트는 집 안에 넘치는 물건을 비우며 내면을 살피고 단순한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데요. 이에 반해 요노족은 필요한 소비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하고, 더 나아가 환경 및 지속 가능성에도 진심이라는 사실!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선호하거나, 당근을 하고, 택배대신 직접 제품을 사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형태로 말이죠.
신용카드 플랫폼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를 조사했는데, 1위는 ‘과소비가 우려된다.’로 무려36.8%(1,231명)의 비율을 차지했다고 해요. 실제로 체크카드의 발급, 이용 모두 상승세입니다.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2~4분기 기준으로 체크카드 발급 수가 작년에 비해 92만장이나 늘었고, 이용 금액 또한 4,605억원 증가해 총 27조 5,537억원을 기록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죠. 할부 인생을 멈춘 2030세대는 1천원대의 저가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 무한 리필 집 방문처럼 합리적이고 짠소비를 실천하는 중! 검소함을 옹호하는 ‘저소비 코어’가 생겨나기도 했는데요. 옷 몇 가지로 한 계절을 보내기, 부모님의 옷과 액세서리 물려 받기, 오래된 가구나 빈티지 옷 입기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욜로에서 요노로 환승한 사람들은 뷰티에선 어떤 행보를 보일까요?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단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고 있어요. 빈 용기에 필요한 것을 채우는 행동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더 나아가 지구를 지키기 때문이죠. 심지어 가격도 정품대비 저렴합니다. 한국 소비자원이 리필 스테이션 제품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샴푸는 최대 64%, 보디워시는 47.3%가 쌌으니까요.
멀티 유즈 제품도 MZ 세대의 소비 취향을 저격하고 있어요. 제품 한 가지 만으로도 여러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인데요. 지그재그에서 멀티밤 구매액이 전년대비 49% 늘었고, 립 앤 치크 밤은 20배로 대폭 증가했다고 해요. 지그재그는 뷰티 페스타에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했습니다. 최대 90% 랜덤 쿠폰 증정, 멀티 유즈 제품을 싼 값에 제공하는 선착순 특가처럼 이목을 끄는 이벤트로 말이죠.
복제하다를 뜻하는 ‘Duplicate’의 줄임말인 ‘듀프’도 전 세계적으로 뜨고 있습니다. 듀프는 럭셔리 제품과 품질,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저렴한 것을 말해요. 샤넬과 발색이 똑같다고 소문난 손앤박의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처럼요. 틱톡에서는 #dupe, #dupefinds 등 해시태그가 수십억 조회를 얻고 있는데요. 원제품과 가격, 성능 등을 비교하는가 하면 틱토커끼리 자신이 찾은 듀프 제품을 서로 추천하며 인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탕진 그 자체를 보인 MZ들. 어느 순간 무지출, 짠테크 등의 챌린지에 탑승하며 변화를 주기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택시대신 따릉이 타기나 걷기, 배달 대신 집에서 밥 해먹기처럼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고 정말 필요할 때만 돈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가 환경을 살리는 효과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치 대신 검소함을 선택하고 지구까지 생각하는 젠지들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더욱 굳건히 자리잡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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