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의회)도 개정안 처리를 보류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공지능 교과서 도입이 내년 3월로 3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활용 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25일 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 인공지능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은 유보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전날 저녁 발표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빠르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는 상황에서, 휴일을 앞두고 다급하게 의견을 낸 셈이다. 이번 건의는 지난 23일 이주호 부총리가 야당 의원들을 찾아가 제시한 의견과 유사하다. 이 부총리는 법 개정을 유보해 인공지능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로 유지하되 의무 도입 시기를 2026년으로 1년 늦추겠다는 제안을 야당에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욱이 교육감협의회의 건의는 졸속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에 ‘찬성’ 의견을 밝힌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인천·세종·충남·울산·경남교육감은 건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 교육감협의회 내규에 따르면, 17명의 시도교육감 가운데 3분의 2 이상(12명)이 동의해야 협의회 명의의 입장문 등을 채택할 수 있다. 최소 6명의 시도교육감이 동의하지 않아, 해당 건의문 채택은 불가능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내규에 어긋나게 건의문을 발표했다면 국회 교육위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교과서는 지난해 6월 추진 방안이 발표된 뒤 2026년 도입 과목 축소에 이어 2025년 활용 방안마저 확정되지 않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원하는 학교를 중심으로 2~3년 정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추진하면 교육 효과도 검증하고, 좋은 자료라고 인정되면 확장할 수 있는데, 시작부터 교과서로 전면 도입하려고 밀어붙여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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