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노동자들이 회사 요구에 못 이겨 1주일에 최대 91시간씩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며 회사를 노동청에 고소했다.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한온시스템이에프피코리아 노동자들은 15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 생산직 노동자 120명 중 70여 명이 주 90시간 이상 일해왔다”며 회사를 연장근로 한도 위반(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천안지청에 고소했다.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1주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처벌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펌프를 전문으로 만드는 이 회사는 주간조와 야간조가 맞교대로 일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 회사에 다니는 김아무개씨는 한겨레에 “최근 하루 8시간 소정근로에 매일 잔업 3시간씩,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출근해 주당 77시간씩 6개월 동안 일했다”며 “회사가 출하가 바쁘다고 하니 계속 출근해서 일했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한온시스템아산지회가 이날 천안지청에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봄 한 노동자는 다른 근무조 노동자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자신의 근무 11시간을 마친 뒤 매일 2시간씩 추가 연장근로를 해 1주일에 91시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량이 급증하거나 돌발적 상황인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최대 주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있지만, 회사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신청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노동 현실을 버티지 못한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노조를 결성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노동자들도 연장근로 한도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객사 물량은 맞춰야 했고 연장근로를 하지 않으면 관리자에게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해 장시간 노동을 견뎌온 것”이라며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인력충원을 요구해왔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0년 동안 생산직 노동자 신규채용이 없었다 한다.
현재 회사와 단체교섭 중인 노조는 회사에 성실교섭을, 노동부에는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교섭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교섭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장시간 노동뿐만 아니라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포함한 위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온시스템이에프피코리아의 모회사인 한온시스템 쪽은 “자동차 업계에 물량이 몰릴 때 업무가 더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빚어진 일로, 회사는 최대한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지원하려 노조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노조와의 교섭은 2주에 한 번 하는 게 회사 원칙인데 노조가 매주 하자고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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