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 실험을 하던 연구원 3명이 질식해 숨졌다.
울산 북부경찰서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19일 오후 3시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전동화품질사업부 차량 성능 테스트 실험실(체임버)에서 연구원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동료 직원에 발견된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사망했다.
숨진 이들은 남양연구소 소속 책임급 직원 김아무개(45)씨와 박아무개(38)씨,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 연구개발업체 소속 장아무개(26)씨다. 이들은 현대차 울산4공장 전동화품질사업부의 ‘체임버’에서 차량 성능에 대한 실험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체임버란 차량 1대가량이 들어가는 정도의 크기로 실제 주행 환경을 재연해 차량의 여러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밀폐 실험실이다.
이들은 동료에 의해 발견되기 1시간 전인 이날 오후 2시께 ‘마지막 실험’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0분으로 예정된 실험이었으나, 이들은 1시간이 다 되도록 나오지 않았다. 실험실 밖에 있던 동료 직원은 이들이 무전기 호출에도 응답이 없어 신고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망한 이들은 실험 차량인 GV80 모델의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실험 차량 창문과 문은 모두 닫힌 상태였고, 차창을 부수고 문을 연 뒤 이들을 구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고 현장인 실험실은 밀폐된 공간이고, 실험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환풍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 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실험실에 배기가스가 가득 차면서 이들이 질식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규칙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에게 질식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 작업에 대한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밀폐공간 내 질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 파악·관리방안을 마련해 작업프로그램을 수립·시행하게 하는 한편, 환기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밀폐공간 외부에 작업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배치하고, 작업장과 감시인 사이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하도록 한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이 숨진 장소가 ‘밀폐공간’에 해당하는지, 현대차가 밀폐공간에서의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처를 제대로 수행했는지가 향후 노동부의 감독·수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숨진 이들이 마지막으로 한 실험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노조 내부에서는 이들이 차량 주행 때 배출되는 배기가스 성분 등을 측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노조는 일반적으로 연구원들이 실험실에 들어갈 때 산소마스크 등 별도의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사고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현대차에서 발생한 세번째 사망사고다. 2022년 전북 전주공장에서 차량에 깔려 숨진 사고는 불기소 처분됐고, 지난해 7월 울산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인 사고에 대해선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경찰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관련 안전 매뉴얼을 확보하고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현장 감식 등 일정도 조율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사고 내용을 확인한 후 작업을 중지시키고 사고 원인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 앞으로 이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H6s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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