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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해 남부에 위치한 그리스 산토리니섬은 한해 관광객 300만명 이상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절경과 고풍스러운 마을 풍경은 이 섬을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휴양지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섬에서 2주째 지진 활동이 계속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거의 매일 지진이 발생해 최대 5.2 규모의 지진까지 기록됐다고 한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6일(현지시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민의 절반 이상인 1만여명이 섬을 떠나 육지로 대피했고 학교가 폐쇄됐으며 군대가 배치됐다. 산토리니 주요 항구를 포함해 5개 지역에 산사태 경보가 발령됐다. 지진 활동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보니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여러 단층대가 걸쳐 있는 그리스는 유럽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이번 산토리니섬의 긴 지진 활동은 전례 없는 일이며 몇주 또는 몇달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진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지진 활동의 주요 원인으로 무리한 개발과 관광산업이 지적되고 있다. 아테네대학교 지질학 교수이자 그리스 지진계획보호기구의 전 책임자인 디미트리스 파파니콜라우는 지난 8일 로이터에 “화산섬을 개발하면서 환경과 안전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은 토양이 불안정한데, 섬의 취약한 경사면에 수영장과 자쿠지가 있는 고급 호텔이 들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스환경문화유산협회는 2021년 보고서를 내어 “화산 지반 위에 임의로 지어진 건물에 대한 평가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원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산토리니섬에 자연재해가 새로운 일은 아니다. 1956년엔 강진도 겪었다. 하지만 관광업을 국가 주력 산업으로 여기는 그리스에선 이런 자연 조건을 무시한 채 1980년대부터 산토리니섬 개발을 가속화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현대적 건축물이 속속들이 들어섰다. 많은 건물들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지어졌다. 해마다 수백만명이 새하얗게 페인트칠된 자갈길과 푸른 돔이 있는 건물을 방문하면서 섬은 과밀화에 시달렸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환경위험평가를 실시해 마구잡이로 지어진 건물들은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산토리니섬 대탈출 사태가 단순 자연재해만은 아님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김미향 국제부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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