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문점 재시동 주목… 인디브랜드 수출 강세 전망
2025년에는 국내 화장품 유통에 큰 변화가 찾아 올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백화점과 인적판매(방문판매·다단계), 원브랜드숍이 코로나 상황 이후 화장품 한류로 큰 성과를 올렸던 면세점과 함께 긴 침체기를 이어가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유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약국을 벗어난 한국형 드럭스토어로 국내에 ‘헬스&뷰티숍’ 시장을 탄생시킨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의 독주 속에 원브랜드숍 등 주요 상권의 로드숍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라이브커머스 판매로 홈쇼핑도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한 가운데 다이소의 저가 화장품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1년 만에 올리브영 대항마로 떠오른데 이어 온라인에서도 쿠팡, 뷰티컬리 등과 경쟁하면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LG생활건강이 가맹사업을 완전하게 철수하면서 더페이스샵 등 400여 개 가맹점들이 전문점 형태로 전환되고 아모레퍼시픽의 멀티 브랜드숍 아리따움이 타사 제품 입점을 확대하면서 1,000여 개에 머물던 화장품 전문점도 매장 수가 증가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명동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던 사후면세점을 내건 로드숍들이 타 지역으로 매장 수를 확대하고, 성수동을 중심으로 자체 브랜드를 홍보 및 판매하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계속해 늘고 있어 올해는 전체 오프라인 시장에 활기가 더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인디브랜드들이 지난해 올리브영 입점 등 국내 시장에서 유통 채널을 확장하고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판 유통에도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 코로나 이전 VS 이후…화장품 유통 변화 뚜렷이 나타났다
화장품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 변화는 크게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상황, 그리고 코로나 이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화장품 한류 바람과 함께 국내 화장품들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후 등 대기업 제품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 또한 중국 수요가 높았던 리더스, 메디힐, 제이준, 제이엠솔루션 등 마스크팩 인기 브랜드가 탄생해 시장을 주도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도 해외 관광객 증가로 면세점들이 큰 성과를 냈으며, 명동을 중심으로 한 사후면세점과 원브랜드숍 중심의 로드숍들도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코로나 상황으로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화장품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관광객 감소로 면세점 매출도 크게 위축됐다. 또한 로드숍들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됐으며, 홈케어 시장이 인기를 얻으면서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역직구몰이 큰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역직구몰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중국 중심의 온라인 사업 성장세가 큐텐 등의 일본과 아마존으로 대변되는 미국 시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또한 일본에서는 차별화된 용기를 내세운 국내 인디브랜드의 색조들이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으며, 더마코스메틱의 인기로 미국에서는 국내 인디브랜드의 스킨케어가 자외선차단제와 클렌징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2022년 잠시 주춤했지만 국내 화장품 수출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빅2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2024년 100억 달러 이상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코로나 상황이 완전하게 종료된 2023년부터는 중국의 자국 내 화장품 보호에 따른 규제 강화와 이에 대응한 미국의 규제 변화로 국내 화장품 업계의 대응책 마련이 화두가 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 때 어려움을 겪었던 백화점, 인적 판매, 브랜드숍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는 올리브영이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 뷰티 마켓에서 가장 주목받은 다이소…2025년도 성장 이어갈 듯
2024년 화장품 유통에서 가장 주목 받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다이소’다. 국내 최초의 균일가 생활용품점으로 1997년 문을 연 다이소는 현재 모든 제품을 500원,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가격에 할인 없이 균일가로 판매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함께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 온 다이소는 2015년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2019년 2조 돌파, 2023년 3조원을 돌파했다. 또한 2024년 4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매장 수도 매년 크게 증가해 왔다. 2019년 1,361개였던 다이소 매장은 2023년 1,519곳으로 늘어났으며, 2024년 1,800여 개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해 대형 매장 오픈과 중심 상권 쇼핑몰 매장 확대 등이 눈길을 끌었다.
1년 만에 다이소가 1조원 가량의 매출을 점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화장품에서 찾을 수 있다. 2022년 4월, 네이처리퍼블릭이 다이소 전용 제품으로 입점시킨 ‘식물원’이 큰 인기를 얻은데 이어 2023년 VT가 이른바 ‘품절 현상’을 만들면서 다이소 화장품 매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처음 다이소에서 판매된 화장품은 2009년 니베아 바디용품이었다. 당시만 해도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의 식물원의 ‘알로에 프레시 수딩 마스크 시트’가 큰 인기를 얻은데 이어더샘, 토니모리, 투쿨포스쿨, 어퓨 등 로드숍 브랜드들이 잇달아 전용 제품을 만들어 입점하기 시작했다. 이넬화장품과 클리오, 동국제약, 닥터지 등의 전용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다이소는 화장품 유력 유통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VT의 리들 샷 라인이 품절 현상에 이어 오픈런 사태까지 만들면서 다이소 입점 희망 브랜드들이 크게 늘어났고 지난해 상반기 160여 개 정도였던 취급 품목은 하반기 240여 개로 늘었고, 현재 5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 LG생활건강의 CNP도 전용 제품을 만들어 입점했으며, 종근당건강도 전용 브랜드 ‘클리덤’을 론칭했다. 현재 다이소에는 30여 개 브랜드가 500여 개에 육박하는 품목을 판매하고 있지만 올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상황 이후 화장품 소비가 저가와 고가로 극명하게 양분화되고 있는 데다 미니어처 제품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저가의 미니어처 형태의 다이소 제품들이 큰 인기를 누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LG생활건강 가맹사업 철수…화장품 전문점 시장 호재
2024년 다이소 입점 화장품의 폭풍 성장과 함께 주목받은 것은 LG생활건강의 가맹 사업 철수였다. LG생활건강이 가맹사업을 철수하면서 그동안 운영해 왔던 더페이스샵 등 가맹점 400여 개가 타사 제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화장품 전문점으로 전환이 예측됐기 때문이다.
이에 1990년대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던 화장품 전문점의 부활을 예측하고 관련 시장 진출을 위해 전용 제품을 개발하거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국내 화장품 전문점은 1980년대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던 방문판매의 대항마로 등장한 일종의 화장품 할인 매장이었다. 정찰가격대로만 구매해야 했던 방문판매와 달리 당시 화장품 전문점은 적게는 30%, 많게는 80%까지 할인을 적용하면서 동네 상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다양한 샘플을 제공하는 덤 마케팅도 소비자들에게 크게 환영 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전문점은 첫 등장시기였던 1982년 2,000여 개에서 1986년에는 8,000여 개로 늘어났으며 1990년대에 들어서는 1만 곳을 넘었고, 1990년대 중반에는 전국에 2만개가 넘는 매장이 운영됐다.
하지만 화장품 전문점은 과도한 할인 경쟁과 외환 위기와 함께 불어 닥친 카드 대란 등으로 큰 위기를 맞았으며, 이후 2002년부터 등장한 화장품 브랜드숍에 밀려 현재 코리아나화장품이 운영하는 세니떼를 포함 2,0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의 가맹사업 철수와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의 타사 제품 확대 양상으로 화장품 전문점으로 불리는 매장들이 올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판 시장의 변화가 일고 있지만 여전히 올해도 백화점과 면세점, 인적판매 유통은 고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은 올해도 수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출만이 살길’…내수 보다 수출에 집중하는 인디브랜드들!
중국과 미국이 화장품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특히 중국이 올해 5월 이후 변화된 규정을 본격 시행하면서 올해도 중국 수출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 그리고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수출은 올해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발표한 ‘보건산업 수출 2024년 동향 및 2025년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중국 외 국가의 수출이 확대되며 전년 대비 11.95% 증가한 114억 달러의 수출 실적이예상된다.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기능성 화장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란 예측이다.
대륙권 별로는 아시아, 퍼시픽 지역이 2024년 대비 8.6% 증가한 66억 달러를, 북미 시장이 15.5% 상승한 24억 달러를, 유럽이 12.4% 늘어난 18억 달러로 전망됐다.
북미 지역은 K-콘텐츠 경험 증가와 함께 K-뷰티의 인지도와 구매 의사가 상승하는 추세고, 미국의 ‘아마존 프라임데이’의 ‘뷰티 & 퍼스널 케어’ 부문에서 한국 제품이 1~3위를 차지하는 등 수요가 크게 확대되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기대감은 국내 인디브랜드들의 공격적인 행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내실 다지기를 통해 올해부터 수출 실적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온 인디브랜드들이 올해 역시 큰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인수된 코스알엑스를 비롯해 다수의 인디브랜드들이 지난해 올리브영에 입점하며 국내에서 인지도 향상과 소비자 접점 확대에 집중하고, 수출국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던스, 조선미녀, 마녀공장, 티르티르, 아누아, 토리든, 스킨1004, 롬앤, 라카, 퓌, 데이지크, 어뮤즈, 닥터지, 바노바기, 유이크, 하루하루원더 등 다양한 인기 인디브랜드들이 미국과 일본, 유럽을 벗어나 새로운 국가로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2025년은 국내 화장품 유통뿐 아니라 해외 유통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그동안 큐텐과 라쿠텐 등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이 일본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이미 나서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아마존을 벗어나 한국 제품 전용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해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역시 틱톡숍 확대와 홈쇼핑 등에서 한국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현지 마케팅에 신경 쓰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늘어나는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K-뷰티는 2025년을 기점으로 더욱 큰 성과가 예상된다”면서 “5월 이후 중국의 규제가 강화 일변도에서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풀릴 경우에는 더욱 큰 성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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