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영화의 공간, 범일동 – 브런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부산의 범일동은 부산에서 영화라면 빼놓을 수 없는 공간입니다. 서민들의 애환을 영상과 이야기로 들려주던 극장들이 여러 곳 있었고, 부산에서 제작된 대부분의 영화 촬영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산등성이에 지어진 집들로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더딘 곳입니다. 마치 80년 대 어느 시기에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입니다. 곳곳에 들어서는 부산의 아파트 붐에서 비껴나간 지역이기도 합니다. 

 봄은 왔는데 봄의 기운이 예전만 못합니다. 불확실성의 세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세상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봄바람에도 멈추지 않는 각자도생의 목소리는 더 이상 봄을 봄답게 만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더불어 함께라는 삶의 원칙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부족해도 새봄이 오면 함께 즐기던 이웃들은 이제 성냥갑 아파트 속에서 더 이상 함께 하지 않습니다. 손을 맞잡기보다는 손바닥만한 폰으로 듣고 말하고, 키오스크로 주문해서 로봇의 서빙을 받는 것이 나아진 세상이라 믿으며 말입니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찰나와 같아 과거와 현재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인데 짧은 시간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것이 수십 년만에 바뀌었습니다. 모자람에도 랐지만 충만한 봄을 느꼈던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일까요. 부산의 근현대 생활사를 품고 있는 범일동은 아직 과거의 흔적들이 머문 곳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애를 통해 살고자 몸부림쳤던 이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입니다.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나가기 위해 웅크린 곳입니다. 이 곳의 기억을 영화 속에 담아낼 수 있다면 더 나은 우리를 찾아 뛰어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범일동에 있는 ‘누나의 길’은 부산이 산업화에 접어들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근로자, 특히 여성 근로자들의 삶의 흔적이 있는 곳입니다. 1980년대 누나의 길이 있는 범일동 인근에는 국제고무, 삼화고무, 태화고무 등 신발 공장들이 많았습니다. 공장의 주된 노동력은 젊은 여공들이었습니다. 고된 노동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있었고, 그 사랑과 헌신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기초였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니 타인의 삶도 사랑하는 기본이 된 곳이 변치않고 제 모습을 오래 가지고 있는 범일동의 매력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읽는다는 핑계로 생각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세상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단극에서 다극화 변하는 국제정세, 점점 살기가 고달파지는 경제, 끝으로 치닫는 개인주의로 고립되는 사람들로 말입니다. 세상의 많은 이들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말과는 다른 방향을 향하는 우리들의 삶에 멈춤과 뒤돌아봄의 시간을 갖는 일이다라는 사명감을 높여야겠습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말입니다. 

 다음 편에는 작중 인물에 대한 특성을 정리 기술하는 과정을 통해서 목표로 향해 나아감을 알리며, 속도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잘산다는 것은 삶의 가치를 배우고, 익히며, 그것을 이어가는 것이겠지요. 끝이 정해진 삶이 허무해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잘살아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source

모두의백화점

오섹시코리아.com

모든 파트너 기타 문의 http://문의다모아.com

댓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