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맞썸’ 주선 하동군 “사실은 없애버리고 싶은데…” 2년여 만에 폐지하나[지자체는 중매 중]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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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이 운영하는 미혼남녀 만남주선 인공지능(AI) 플랫폼인 ‘AI 맞썸다방’ 메인 화면. 홈페이지 갈무리
경남 하동군이 미혼남녀 만남주선 운영 플랫폼 ‘AI 맞썸다방’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가자 성향을 분석해 AI로 남녀 매칭을 해주는 AI 맞썸다방을 도입한 지 3년 만이다. 여성 참가자들의 참여율 저조가 AI 맞썸다방 폐지를 검토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하동군은 지난 9월부터 내부적으로 AI 맞썸다방 폐지를 검토 중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아직 (AI 맞썸다방)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하동군이 2022년 7월부터 운영 중인 AI 맞썸다방은 60개 문항으로 개인 특성 파악한 뒤, 이를 기반으로 남녀를 이어주는 플랫폼이다. 알고리즘 기반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데이팅 앱과 유사하다. 일본 사이타마현 등 지자체에서 도입한 AI 플랫폼 기반 만남주선 사업을 하동군이 국내에 들여왔다. 하동군은 AI 맞썸다방 추진계획 문서에서 일본 사이타마현 사례를 소개하며 “일본 47개현 중 15개현 도입 시행 중”이라고 적었다.
AI 플랫폼에서 묻는 질문은 구체적이다. 직접 가입을 시도해보니 종교, 혈액형, 자녀유무, 음주횟수, 결혼 후 부모 부양계획, 식사습관, 외모에 대한 비중, 재산에 대한 견해(약간의 재산이 있었으면 좋겠음·빚만 없으면 됨·상관없음) 등을 대답해야 했다. 보수·진보·중도 등으로 정치성향을 묻는 항목은 지방자치단체가 개인의 정치성향을 수집할 우려도 있었다.
하동군은 AI 맞썸다방 플랫폼 개발에만 예산 1억7000만원을 투입했다. 클라우드 운영비는 2개월에 한 번씩 142만3000원을 군 예산으로 용역회사에 지급하고 있다. 하동군 내부 문서를 보면 ‘적정인구 유지지원’ ‘인구정책 운영지원’ 등이 예산 지급의 명목이다. 하동군은 기대효과로 “빅데이터 기반으로 조건이 아닌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 제안으로 결혼 성공률 증가 및 저출산 극복”을 꼽았다.
경남 하동군이 운영하는 미혼남녀 만남주선 인공지능(AI) 플랫폼인 ‘AI 맞썸다방’ 홍보물. 하동군 제공
하동군이 AI 맞썸다방 폐지를 검토하는 게 된 것은 저조한 참여율 때문이다. 하동군을 비롯해 남해군, 사천시, 진주시, 고흥군, 보성군, 순천시, 여수시, 광양시 등 남해안 지역 9개 시·군 거주자가 이용할 수 있지만 지난 2년간 이용자가 400명을 넘지 못했다.
특히 여성 가입자가 적다. 정보공개청구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부면, 2022년 AI 맞썸다방 가입자수는 남성 248명·여성 39명였다. 여성이 남성의 6분의 1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가입자는 남성 62명·여성 14명에 불과했다. 2022년 만남성사수는 8건, 지난해에는 만남성사가 이보다 줄어 1건에 그쳤다.
하동군은 참여율이 낮은 이유로 홍보 부족을 꼽지만 여성 가입자를 모을 유인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지자체 미혼남녀 만남주선 사업은 여성 참가자 부족으로 폐지되거나 운영이 중단된다. 여성의 참여율 저조에는 지자체 주선 맞선에 참가했을 때 좁은 지역에서 도는 소문에 대한 부담과 적은 여성 인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주민등록 기준 하동군의 19~34세 인구는 남성이 2084명인데, 여성은 1485명이다.
하동군은 AI 맞썸다방을 도입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부터 없애고 싶어 했다. 올해 초 하동군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그거(AI 맞썸다방) 아무도 안 쓰는데 뭘 물어보시냐”고 했다. 지난해 4월18일 하동군의회 본회의 회의록 보면, 군의원들이 “예산 낭비가 아니냐”고 지적하자 박영경 당시 하동군 지역활력추진단장이 “저도 (AI 맞썸다방을) 사실은 없애버리고 싶은데 일부 목숨이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저희들이 국비 확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동군은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원사업’에 선정돼 특별교부세 10억원을 교부받아 AI 맞썸다방을 진행했다. 인구증가 사업을 빨리 없애버리면 중앙정부를 통한 예산 확보의 명분이 앞으로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
하동군은 여전히 ‘농촌총각 행복가정이루기 사업 지원 조례’를 유지하는 지자체이기도 하다. 이 조례는 ‘하동군 내 거주자 중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총각의 국제결혼을 주선하고 이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달 하동군의회에 조례 폐지안이 상정됐는데 군의원들의 반대로 폐지가 무산됐다. 하동군은 “성차별 문제 등으로 권익위 권고에 따라 조례를 폐지하려 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군의원들이 “결혼 상대자가 있는데 당장 올해 폐지시켜 버리고 나면 많이 서운해 할 것” “지금 아이들 울음소리가 다문화 (가정이) 아니면 거의 없다”며 조례 폐지에 반대했다.
‘만남·결혼 주선’ 맛들린 지자체들…여성 참가자 없어서 ‘공무원 차출’
‘너랑나랑 두근대구’ ‘하늘이 무너져도 내 짝은 있다’ ‘오늘은 썸데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역 내 ‘중매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미국 코미디언 아지즈 안사리와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책 <모던 로맨스>에서 “국가가 싱글들의 만남에 돈을 대주거나 젊은이들이 얼큰하게 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나라는 일본 외에 어디에도 없다”고 했…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410300600091
[지자체는 중매 중]서울시 다시 미혼남녀 소개팅, ‘서울팅’의 기출 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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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300600001
[단독]새마을지도자 자녀 100명 ‘소개팅’에 수천만원 예산 편성한 구미시[지자체는 중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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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2410311536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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