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국내 화장품·식품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케이(K)-뷰티·식품’ 인기에 힘입어 최근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어서, 관련 업계는 미국이 한국에까지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화장품 오디엠(ODM·제조자 개발 생산)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경쟁력을 키워온 이들 업체는 현재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한국콜마는 올 상반기 내 미국 제2공장을 정식 가동할 예정이다. 코스맥스 쪽도 “미국 관세 정책에 대비해 현지 공장 생산량을 늘리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중저가 제품 위주 인디 화장품 브랜드는 관세 부과 때 가격경쟁력 약화로 미국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디 브랜드 업체의 경우 가격 부담 때문에 미국 수출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엘지(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도 미국 현지 생산시설이 미비해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서 큰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달러(약 14조8900억원)로 사상 최대였는데, 이 중 대미 수출액이 19억달러(약 2조7700억원)에 이르렀다.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2020~2023년 연평균 20% 이상 늘고 있다. 한국은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화장품 전통 강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특히 한국 기초화장품의 경우 미국 온라인유통업체인 아마존에서 지난해 3분기 판매액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122%에 달했다.
국내 화장품 유통시장의 강자인 씨제이(CJ)올리브영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씨제이올리브영은 “미국 법인 설립과 함께 상품 소싱, 마케팅, 물류 시스템 등 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기능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는 등 글로벌 역량을 강화한다”며 “현지 오프라인 매장도 1호점 개점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식품업계 역시 미국 현지 생산시설 구축 등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에스피씨(SPC)그룹은 미국 텍사스주 제빵 공장 건설에 1억6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2027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다. 회사 쪽은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과 관세 제도를 비롯한 미국 산업 정책을 고려해 투자 속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자회사인 슈완스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사우스다코타주에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짓고 있다. 총투자금액은 약 7천억원이다. 씨제이푸드빌도 지난해 6월 5400만달러를 투자해 조지아주에 식품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