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그룹 빅뱅 출신 배우 최승현(탑)이 약 11년 만에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약, 은퇴 번복, 연기력 등 각종 논란을 품에 안고 있는 만큼 이날 인터뷰는 그간 말하지 못한 입장을 밝히고 해명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최승현은 이를 “용기 낸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제 이를 받아들이는 건 대중의 몫이다. 과연 그가 8년 동안 있던 일들과 관련해 모두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최승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극본·연출 황동혁, 이하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그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최승현의 인터뷰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최승현이 2017년 대마초 흡연 혐의를 받은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과 진행하는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최승현은 이로 인해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개월을 선고받고 소속 그룹인 빅뱅에서도 탈퇴했다.
이와 관련해 최승현은 “신중한 마음으로 적절한 시기를 고민하다 이렇게 용기를 내고 인터뷰를 하게 됐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빅뱅 멤버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 같다. 저는 염치가 없어서 떠난 사람이기 때문에 멤버들하고 연락을 안 한 지도 좀 됐다”며 “최근 빅뱅 멤버들이 모여서 무대한 영상도 봤다. 너무 멋있고 정말 뿌듯했다. 그러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저는 10년이라는 시간에 멈춰 있다. 제가 저지른 실수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며 “제가 염치가 없어서 아마 빅뱅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난 것 같다”고 전했다.
최승현은 빅뱅을 탈퇴한 이후 네티즌과 설전을 벌인 점이 드러나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네티즌은 최승현의 SNS 댓글에 ‘자숙이나 해라. SNS도 하지 말고 복귀도 하지 마라’라고 남겼다. 이에 최승현은 ‘저도 할 생각 없다’고 은퇴를 시사하는 답글을 적었다.
이와 관련해 최승현은 “찬란하게 빛났던 20대 때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그 이후 제 잘못으로 인해 처음으로 추락과 몰락을 겪었다. 저조차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길이었기 때문에 어둠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도 많이 피폐해져 있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모든 것이 부정적이고 스스로 자기 혐오감도 심해서 판단력이 없던 것 같다. 이로 인해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도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 숙였다.
단순히 ‘실수’라고 정의하기에는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최승현은 빅뱅 무대 영상에 자신의 계정을 태그한 팬을 찾아가 계정 차단을 하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은 “빅뱅을 지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승현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제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빅뱅에 큰 피해를 입혔다. 제가 뭇매를 맞고 질타를 받는 건 감내해야 하지만 빅뱅에게 저라는 사람의 꼬리표를 주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가 미안해서 빅뱅을 떠난 거다. 그래서 재결합을 원하는 팬분들이나 아직 저를 기다리는 팬분들께 희망 고문하고 싶지 않았다”며 “저는 멤버들을 정말 좋아하고 저에게는 가족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헤어진 가족사진을 보는 느낌이다. 이게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정도로 많이 괴롭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과거의 빅뱅 모습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저를 태그해서 사진을 많이 올려주시는데 그걸 보기가 너무 괴롭다. 그동안 사건 사고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멤버들한테 상처를 주겠다는 마음은 전혀 아니었다. 그냥 헤어진 가족사진을 바라보는 것처럼 힘든 마음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인데 이게 오해로 확산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 최승현이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2’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복귀에 나섰다. 네티즌과 이른바 ‘기싸움’을 벌이며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최승현이 이번 작품으로 은퇴를 번복했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은 시즌1이 워낙 잘 됐기 때문에 시즌2에 합류한 게 어떠한 목적이 있어서지 않을까 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도 있었다.
최승현은 “지난 10년간 작품 제안이 없었다. 저는 ‘오징어 게임’ 제의를 받고 정말 부담스러웠고 압박감이 심했다”며 “캐릭터의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과거의 저를 직면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셨고 저를 믿어주셔서 최대한 노력해서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승현은 인맥 캐스팅 의혹에도 휩싸였다. 최승현과 ‘오징어 게임2’의 주연 배우 이병헌이 평소 친분이 있다는 점이 언급되며 최승현 캐스팅에 이병현의 입김이 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반응이다. 최승현은 “이렇게 위대한 작품에 내가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니 무너졌던 것 같다. 그래서 하차를 하려고도 생각했다”며 “하지만 감독님께서 한 번 더 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고 저는 배우로서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논란을 가득 안고 시청자들의 기대 없이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 이하의 연기력을 보여줘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된 직후 최승현의 과한 연기력이 가장 많은 질타를 받았다. 마약을 복용하는 래퍼라는 특성을 살리기 위한 과한 텐션, 어색한 감정 연기 등이 극의 몰입감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다.
특히 타노스와 최승현이 과거 저지른 일이 비슷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최승현은 “타노스와 제가 비슷한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 그래서 지난날의 잘못을 생각했을 때 절대 멋 부리거나 잘생기게 나오려고 하지 않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며 “타노스가 시나리오 안에서도 과장된 만화처럼 묘사된 캐릭터고 대사들도 직관적이다. 그래서 텐션을 조금 더 올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기는 주관적인 거기 때문에 호불호는 당연히 갈린다고 생각하고 어떤 의견이든 제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시선이 있는 것 또한 제가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라며 “제가 저지른 실수를 주워 담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한들 다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승현은 “화려하고 찬란했던 20대 시절 정말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제가 많은 분들께 아픔을 드렸다. 이로 인해 30대를 잃어버렸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가 겪어야 했던 어둠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 성장한 제 자아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를 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그동안 있던 일들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나름 신중하게 생각하고 용기를 냈는데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오징어 게임2’도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타노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있더라도 원래 그런 친구니까 좋게 봐주시길 바라요.”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댓글